마지막 월드컵 나서는 메시, 마라도나 넘어서나[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4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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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이 끝이라고 밝힌 메시
통산 득점에서는 마라도나에 앞서지만, 월드컵에서는 뒤져
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 남긴 마라도나와 달리 고비마다 침묵
국가대표 메이저 무관 징크스 떨치고 마지막 도전
월드컵 우승하면 호날두에 앞서고 마라도나와 비견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마지막
“분명히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메시는 최근 미국 ESPN을 통해 20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다시는 월드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시는 2016년에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으나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만류하자 복귀한 적이 있다. 그러나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이번에는 진짜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뒤 클럽에서 조금 더 활동하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메시가 숙원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발롱도르를 2009년부터 2021년까지 7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현시대 최고의 선수로 꼽혀왔다. 발롱도르 5회를 차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와 함께 최근 축구계를 양분해왔다.

메시와 호날두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자주 역대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곤 했지만 두 선수 모두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늘 펠레(82·브라질)와 마라도나(1960~2020·아르헨티나)를 넘어서는 선수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펠레는 월드컵 3회 우승, 마라도나는 월드컵 1회 우승 경험이 있다. 펠레는 ‘축구황제’, 마라도나는 ‘축구의 신’으로 불리며 여전히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 모두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메시가 이번을 끝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데 비해 호날두는 아직 은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다.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임을 공식화한 메시로서는 이번 월드컵이 그와 함께 자국 팬들의 추앙을 받아온 축구영웅 마라도나를 넘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리오넬 메시가 9월 27일 미국 뉴저지 주 해리슨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메시는 이 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가 3-0으로 이겼다. 뉴저지=AP 뉴시스
리오넬 메시가 9월 27일 미국 뉴저지 주 해리슨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메시는 이 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가 3-0으로 이겼다. 뉴저지=AP 뉴시스

●메시, 통산 득점에서는 마라도나에 앞서지만, 월드컵에서는 뒤져
메시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면 아르헨티나 선수 중 월드컵 최다 출전 기록에서 마라도나를 앞선다. 메시는 2006, 2010, 1014, 2018 월드컵에 이어 이번 월드컵까지 총 5회 연속 월드컵에 나선다. 마라도나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다.

메시는 개인 통산 득점에서도 마라도나에 앞서 있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메시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시절을 포함해 클럽 소속으로 4일 현재 총 830경기 695골(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 기준)을 기록 중이다.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총 164경기 90골을 넣었다.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 및 나폴리(이탈리아) 등에서 뛰었던 마라도나는 클럽 소속으로 총 588경기 310득점, 국가대표 경기에서 91경기 34골을 기록했다.

메시가 마라도나 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통산 득점에서 앞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도 메시가 마라도나에 앞서 있다. 클럽에서 메시는 평균 0.83골, 국가대표에서는 0.54골을 기록 중이다. 마라도나는 클럽 평균 0.52골, 국가대표 평균 0.37골이었다.

이렇듯 기록상으로는 메시가 앞서 있지만 메시가 마라도나를 넘어 섰다는 평가가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대표 경기, 특히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인 월드컵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이는 월드컵에서의 두 선수의 활약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월드컵 기록만으로 보면 메시는 19경기 6골을 기록 중이다. 마라도나는 21경기 8골을 기록했다. 통산 기록에서는 마라도나에서 앞서 있는 메시가 월드컵 기록으로 보면 평균 0.31골로 0.38골의 마라도나에 뒤져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라도나의 월드컵 충격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등장한 마라도나 기념 벽화. 14층 빌딩 측면에 높이 45m, 가로 40m 크기로 그려졌다.  부에노스 아이레스=AP 뉴시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등장한 마라도나 기념 벽화. 14층 빌딩 측면에 높이 45m, 가로 40m 크기로 그려졌다. 부에노스 아이레스=AP 뉴시스
또한 기록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충격 효과 및 인상적인 플레이에서 마라도나가 앞서 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며 아르헨티나를 우승시켰다. 이 대회에서 마라도나는 7경기 5골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특히 마라도나가 8강 상대였던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60m 구간을 드리블하며 수비수 5명을 제치고 터뜨린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해 ‘20세기 최고의 골’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라도나는 이에 앞서 교묘한 핸드볼 반칙을 감추며 ‘신의 손’ 논란을 일으킨 첫 번째 골을 넣는 등 2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마라도나는 이어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도 2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주도했다. 8강, 4강전과 같은 주요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 마라도나는 결승전 상대였던 독일(당시 서독)에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시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 감독은 경기 초반 마라도나를 지나치게 의식해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 마라도나는 결승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런 존재감이 승리의 한 요인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독일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기대 모았던 메시, 월드컵 고비마다 골 침묵
메시도 월드컵 우승에 근접한 적이 있었다.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과의 결승에 올랐다. 메시는 이 대회에서 7경기 4골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 선수에 뽑혔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독일에 0-1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것이 메시에게는 최고의 월드컵 성적이었다.

이외에도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2006, 2010년 대회에서는 연속 8강에서 탈락했고, 2018년 대회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4년 대회에서도 메시는 마라도나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8강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1-0, 4강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힘겹게 결승에 올랐다.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메시는 이 과정에서 계속 침묵했다. 결승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주요 고비인 8강 4강 결승전에서 메시는 모두 골을 넣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메시가 국가대표팀에만 오면 약해진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메시가 클럽에서보다 국가대표팀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는 건 물론 팀 환경이 달라서다. 함께 뛰는 선수들과 손발이 맞는 정도가 다르다. 하지만 이는 마라도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라도나는 개인의 힘으로 월드컵 무대마저 휘저으며 우승을 이끌 정도로 압도적인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던 반면 메시는 그에는 다소 못 미친다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메이저 무관 징크스 떨쳐낸 메시의 재도전
메시는 이어 2016년 남미축구 선수권(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칠레에 패해 준우승하면서 더 큰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메시는 항상 메이저 국제대회 우승을 놓치기만 한다는 소리가 더 집요하게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실망한 메시는 이때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은 물론 메시의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메시의 은퇴를 말렸다.

복귀한 메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또다시 아르헨티나가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한 번 더 심리적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메시는 2021년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브라질을 꺾고 우승하면서 지겹게 따라다니던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 무관’의 꼬리표를 뗐다. 그토록 오래 따라다녔던 ‘메이저 무관’의 징크스를 떼어낸 그이기에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더욱 주목된다.

메시는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불안과 긴장도 느낀다”라고 예민해진 심경을 밝혔다. 그는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가 언제나 우승하는 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는 늘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정말 우승 후보인지는 잘 모르겠다. 더 나은 팀이 있다고 본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브라질(1위), 벨기에(2위)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51위), 멕시코(13위), 폴란드(26위)와 함께 C조에 속해 있다. 전력상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하면 마라도나와 어깨 나란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그려진 메시와 마라도나 기념 벽화.  두 선수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달았던 등번호 10번도 같이 그려져 있다. 메시와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우상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AP 뉴시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그려진 메시와 마라도나 기념 벽화. 두 선수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달았던 등번호 10번도 같이 그려져 있다. 메시와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우상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AP 뉴시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는 2018년 대회 우승팀인 프랑스를 비롯해 전통의 강호인 브라질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등이 꼽히고 있다. 메시 자신은 최근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중에서도 브라질과 프랑스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꼽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 자신은 누구보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자 축구선수로서의 마지막 위업인 월드컵 우승을 누구보다 바라는 그는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을 일구어낸다면 누가 더 최고의 선수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이어왔던 호날두와의 비교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다. 또한 메시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면 월드컵 1회 우승 및 준우승 1회를 차지했던 마라도나의 월드컵 우승 준우승 기록과도 같아진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 마라도나와의 비교에 있어서 영원히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인상적인 활약 여부에 따라서는 마라도나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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