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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힘들면 버티다 울어요…그래도 경험” 신유빈의 이유있는 성장

입력 2021-11-08 11:20업데이트 2021-11-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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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도종환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했다. 취재진 앞에서는 시종일관 미소와 친절을 잃지 않던 ‘탁구 신동’ 신유빈(17·대한항공)도 그랬다. 한 달 전 막을 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21년 만의 여자 복식 금메달을 선물한 그는 “힘들면 버티다 버티다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신유빈은 자신이 흘린 눈물에 대한 보답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유빈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경험’이었다. 신유빈은 자신이 일군 결과보다, 성장에 필요한 경험을 더 중요시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가장 많은 조명을 받았던 건 여자 복식 금메달이었지만, 신유빈은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3-1로 이긴 안도 미나미(24·일본)와의 대결을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했다.

안도는 신유빈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존재다. 9월 세계탁구(WTT) 스타 컨텐더 16강전에서 안도에게 2-3로 졌고, 지난달 1일 아시아선수권 여자 단체 결승에서도 1-3으로 패했다. 신유빈은 “처음 겪는 스타일이었다. 자꾸 지니까 이 선수 앞에만 서면 공포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도가 쓰는 이질(異質) 러버(탁구채에 붙어 있는 고무판)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그의 탁구채 정면은 빠른 스매싱에 적합한 평면 러버가, 뒤는 구속을 낮추는 돌출 형태의 러버가 있었다. 이러한 이질 러버는 정면 스매싱과 백핸드 공격 때마다 구질, 구속 변화가 심하다. 신유빈은 “두 번째 맞대결 마지막 세트가 돼서야 마침내 어떻게 타이밍을 잡아야 할지 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큰 국제대회를 연달아 치르며 나이답지 않은 연륜도 쌓이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신유빈의 가장 큰 수확은 ‘차분함’이었다. 그는 “지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이기고 있을 때 더 조급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올림픽처럼 큰 대회를 겪어보니 차분해지는 법을 알게 됐다. 이젠 이기고 있을 때 ‘급해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경험에 공짜는 없었다. 올림픽부터 이어진 강행군에 신유빈은 최근 탁구채를 쥐는 오른쪽 손목에 피로 골절이 왔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다. 대신 탁구채 없이도 할 수 있는 코어근육 강화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래주머니를 얹은 바를 갖고 스쿼트를 하거나 계단 뛰어오르기가 대표적이다. 사이클, 러닝머신 등으로 체력 훈련도 병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건 손목 재활이다. 신유빈은 23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대회에는 지난 아시아선수권에 불참했던 중국 대표팀뿐 아니라 일본, 인도, 독일 등 탁구 강국의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신유빈은 “중국 선수들과의 경쟁이 진짜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계선수권대회 목표를 묻자 “2관왕”이라는 답이 나왔다. 전지희와의 여자 복식, 조대성과의 혼합 복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보겠다는 것. 하지만 어느새 신유빈은 다시 ‘경험’이란 단어를 꺼냈다.

“중국 선수들이랑 해야 진짜 경쟁이잖아요. 중국 선수들과 붙어서 더 좋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신유빈은 앞으로도 계속 흔들리고, 그리고 덕분에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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