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약골소년’ 20년 뼈 깎는 노력 ‘스노보드 황태자’로

강동웅 기자 입력 2021-10-20 03:00수정 2021-10-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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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세계선수권 4위 김상겸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맏형‘ 김상겸(32)이 18일 서울 송파구 대한스키협회 사무실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상겸은 생애 3번째 올림픽이 될 내년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내가 톱(Top)이다. 불안해하지 말자.”

19일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맏형’ 김상겸(32·하이원리조트)이 강원 평창에서 열린 소속팀 훈련 전 스스로에게 되뇐 말이다. 김상겸은 같은 말을 중요한 경기 출발선에서도 내뱉는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 루틴은 성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올해 3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스노보드 알파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배추보이’ 이상호(26)가 세웠던 한국 선수 종전 최고 기록(2017년·5위)을 넘어 4위에 올랐다.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김상겸이지만 기량은 갈수록 만개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26일 러시아 반노예로 출국해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출전권에 도전한다. 올림픽 전까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열리는 7번의 월드컵에 출전한다. 19일 현재 올림픽 랭킹 포인트 410점으로 세계랭킹 27위에 올라있는 그는 매 대회 꾸준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베이징행이 유력하다. 베이징 올림픽은 세계랭킹 상위 32명만이 출전할 수 있다.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그의 일정표도 최근 부쩍 바빠졌다. 매일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5∼6시간 훈련에 매진한다. 저녁에는 2시간가량 비디오 분석을 한다. 최근 읽은 운동선수 관련 연구 논문에 따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10시간의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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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천식으로 고생하던 ‘허약한 아이’였다. 천식이 심해 2주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보다 못한 부모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권유하면서 초3부터 육상을 시작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은 그는 중학교 3학년 즈음엔 키 178cm의 덩치 있는 선수가 됐다.

중2 때 학교 내 스노보드 팀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보드를 타게 됐다. 어려서부터 육상 단거리와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힘을 쏟아내는 운동을 해왔던 터라 30∼40초에 승부를 결정짓는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금방 탁월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 한국체대를 졸업한 후 국내에 실업팀이 없어 방황해야 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용직에 뛰어든 그는 “시즌이 끝나는 3월과 대표팀 선발전을 치르는 5월 사이에 잠시 휴식기가 있다. 4월 한 달 중 20일은 막노동을 했다. 훈련 기간에도 주말 중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뛰었다”고 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2014 소치 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 출전해 17위를 했고,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본선에 진출한 뒤 15위에 올랐다.

2년 전 국내에서 처음 창단된 스노보드 실업팀에 입단한 뒤 그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한다. 온전히 훈련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2년 전부터는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한때 두주불사였던 그는 예전에는 훈련이 끝나면 주말에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돌아오면 몸무게 5kg이 쪄 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젠 다 옛날 얘기”라며 웃었다.

김상겸은 “난 느릴지 몰라도 포기하지는 않는 선수”라며 “그간 차근차근 성적을 끌어올려 왔다. 소치, 평창에 이은 인생 세 번째 올림픽인 베이징에서 목표는 무조건 포디움(시상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상겸은…
△생년월일: 1989년 1월 30일 △태어난 곳: 강원 평창 △신체조건: 182cm, 91kg △학력: 평창 봉평초-봉평중-봉평고-한국체대 졸업 △소속: 하이원리조트 △취미: 친한 사람들과 캠핑하며 힐링하기 △장점: 체구에 비해 민첩하고 순발력이 좋음 △종목: 스노보드 알파인 △주요 경력: 2021 슬로베니아 세계선수권대회 평행대회전 4위, 2020 이탈리아 월드컵 평행대회전 8위, 2018 평창 올림픽 평행대회전 15위, 2017 삿포로 아시아경기 회전 3위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김상겸#약골소년#스노보드 황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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