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선수촌 내 ‘이순신 현수막’ 결국 철거…욱일기 사용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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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7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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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8일 앞둔 15일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에 위치한 올림픽선수촌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2021.7.15/뉴스1 © News1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8일 앞둔 15일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에 위치한 올림픽선수촌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2021.7.15/뉴스1 © News1
대한체육회가 2020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부착한 이순신 장군의 메시지를 인용한 현수막을 결국 철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청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4일 선수촌 내 숙소에 이순신 장군의 문구를 인용한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고 선조에게 상소를 보낸 것을 떠올리게 한다.

체육회 관계자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으로 도쿄 올림픽에 임하는 선수들을 향해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담긴 문구였다.

하지만 이 문구가 국·내외에 보도되면서 16일 IOC 관계자가 한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현수막의 철거를 요청했다. 이어 서신을 통해서도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가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음에 따라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IOC는 뜻을 전했다.

16일 일부 우익단체가 선수촌 인근에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문구를 트집 잡으며 욱일기를 들고 항의하는 모습도 있었다.

이에 체육회는 즉시 IOC에 응원 현수막 문구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동시에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IOC는 모든 올림픽 베뉴 내 욱일기 사용에 대해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적용해 판단하기로 약속 했다. 올림픽 헌장 50조에는 경기장 등 어떤 장소에서든 올림픽 기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고 명시돼 있다.

17일 도쿄 올림픽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범 내려온다’ 의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2021.7.17/뉴스1 © News1
17일 도쿄 올림픽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범 내려온다’ 의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2021.7.17/뉴스1 © News1
결국 IOC의 요구에 체육회도 한국 선수단 숙소의 응원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17일 오전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관련 현수막을 철거했다.

체육회는 “이번 협의에 따라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논쟁을 제기하지 않고, IOC는 모든 올림픽 베뉴에서 욱일기 전시 등을 금지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육회는 앞으로도 우리 선수단이 올림픽에 참가함에 있어 어떠한 불이익이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순신 장군의 메시지를 인용한 현수막은 끝내 철거됐지만 선수단 숙소에는 한국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새로운 현수막이 걸렸다. 새 현수막에는 ‘범 내려온다’라는 문구와 한반도를 형상화한 호랑이가 담겨있다. ‘범 내려온다’는 지난해 이날치 밴드가 발표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열풍을 일으켰다.

체육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응원 문구를 가져갔고, 그중 하나를 응원 문구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육회는 앞으로 올림픽 기간 중 욱일기가 응원에 동원되는 것에 철저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우리 현수막을 내리는 조건이 욱일기 반입을 못 하게 하는 조건이었다. IOC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만약에 발생하면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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