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백업’ 이흥련, 주전 길 닦은 이틀 연속 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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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적 다음날 선발 출전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으로 시동… 31일 한화전에선 결승홈런 폭발
포수로도 핀토-박종훈과 찰떡호흡, 팀 4연승-꼴찌 탈출 이끌어

지난달 29일 밤 두산에서 SK로 트레이드된 이흥련은 30일 새 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자마자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수비형 포수’로 불려온 이흥련은 30일과 31일 이틀 연속 홈런을 치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SK 제공
지난달 29일 밤 두산에서 SK로 트레이드된 이흥련은 30일 새 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자마자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수비형 포수’로 불려온 이흥련은 30일과 31일 이틀 연속 홈런을 치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SK 제공
지난달 29일 밤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새 팀의 주전포수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마치 처음부터 제자리인 듯하다. 두산에서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흥련(31)의 새 팀에서의 초반 활약은 손에 꼽을 만큼 강렬하다.

이흥련은 지난달 3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타순은 8번이었지만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0-3으로 뒤진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한화 선발 장시환으로부터 뽑아낸 홈런포는 팀에 자극제가 됐다. 5회말 4-3으로 역전한 SK는 이날 9-3 대승을 거뒀다.

이흥련의 3안타 경기는 삼성 소속이었던 2016년 7월 23일 KT전 이후 1407일 만이었다. 그가 두 번째 타석에서 친 홈런도 같은 해 10월 6일 KIA전 이후 1332일 만이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한 경기에서 다 보여줬다.

이튿날에도 이흥련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4-4로 팽팽히 맞서던 5회말 1사에서 한화 구원투수 김진영의 공을 왼쪽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2경기 연속 홈런 역시 자신의 데뷔 이후 처음이다. 이흥련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SK는 한화를 6-4로 꺾고 4연승 및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반면 8연패에 빠진 한화는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그간 ‘수비형 포수’로 불려온 그의 투수 리딩 능력은 여전했다. 첫 경기에서 외국인 투수 핀토와 호흡을 맞춘 그는 4회초 3점 홈런을 맞아 흔들릴 위기에 처했던 핀토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 투구를 이끌었다. 31일 언더핸드 박종훈(34)과도 6이닝 3자책을 합작하며 승리투수 타이틀을 챙겨줬다.

2013년 삼성에서 데뷔해 두산을 거쳐 SK로 온 이흥련은 성실함의 대명사 같은 선수다. 삼성 시절 류중일 감독(현 LG 감독)은 2015시즌부터 팀의 주축으로 떠오른 구자욱을 이흥련의 룸메이트로 낙점했다. 얼굴이 잘생긴 구자욱이 야구 외에 한눈팔지 않는 이흥련의 성실함을 닮길 바라서였다고 한다. 포수 출신 김태형 두산 감독이 이흥련을 SK로 보낸 이유도 성실한 그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다. 이재원(33)이 개막 후 3경기 만에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이탈한 SK는 포수난을 겪고 있었다. 31일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가자마자 3안타를 쳤다. 잘하니까 좋다”며 기뻐했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경험이 쌓여야 관록이 생긴다. 이 때문에 포수는 대개 서른 전후에 주전이 된 뒤 오래 선수생활을 한다. 2014시즌 삼성에서, 2019시즌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이흥련은 어느덧 포수로 기량이 만개할 31세가 됐다. 그동안 백업으로만 뛰었던 그의 눈은 이제 SK 주전을 향하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한화전#홈런#이흥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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