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출 꼬리표 떼어지길…” 한선태, 드라마를 일상으로 바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16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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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선태. 스포츠동아DB
LG 한선태. 스포츠동아DB
인간승리의 드라마였다. KBO리그 38년 역사상 초·중·고 엘리트 야구부를 거치지 않은 선수가 프로에 입단해 1군에서 공을 뿌린 건 2019년 한선태(25·LG 트윈스)가 최초였다. 이제 한선태는 드라마를 일상으로 바꾸는 걸 목표로 삼았다. ‘비선출’이라는 꼬리표 없이, 똑같은 프로 선수 중 한 명으로 보이길 원하고 있다.

최근 한선태의 스케줄표는 빼곡하다. 11월 28일 LG가 매년 진행하는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 활동은 물론 각종 시상식과 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몇몇 시상식에서는 특별상도 수상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다.

사실 1군 6경기에 등판한 투수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상을 받는 건 다소 드문 광경이다. 이는 한선태가 만들어낸 결과보다 배경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일반 고교를 졸업한 한선태는 군 전역 후 사회인 야구를 하던 중, 2017년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도전의 길을 걸었다. 일반인이 140㎞대 중반의 속구를 던진다는 것 자체로 관심을 끌었고, 2018년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 입단한 뒤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첫해 1군에서 6경기에 등판해 7.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8월 이후 골반부상으로 추가 등판은 없었지만 이 자체로 스토리였다. 짧은 야구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은 부상이었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한선태는 “본격적인 치료과정에 접어들면서 골반이 왜 아픈지를 알았다. 이제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겨우내 목표도 골반 강화”라며 “최일언 투수코치께서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면 늦다’고 조언해주셨다. 완성된 몸으로 캠프지에 떠나고 싶다. 겨우내 공도 던지고, 쉼 없이 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독립리그는 팬 베이스가 열악하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모내기를 돕거나, 역 앞에서 선수들이 직접 홍보를 한다. 때문에 한선태는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다. 6월 25일 1군 첫 등판 당시에는 팬들의 눈을 피할 만큼 긴장했지만 이제는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능숙해졌다. “LG는 국내 최고의 인기 팀 아닌가. 1군은 물론 2군이 있는 이천까지도 오시는 팬들이 많다. 그분들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는 말에는 진심이 묻어있다.

사실 한선태에게 ‘비선출’은 꼬리표처럼 다가온다. 잘할 때면 ‘비선출이 제법이네’라고 평가받으며, 반대의 경우에는 ‘역시 일반인이 그렇지 뭐’라고 낙인이 찍힌다. 한선태는 “같은 LG 선수 중 한 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못하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출신 탓은 아니다”라며 “그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2020년에도 활약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목표는 단출하다. 우선 2020년 시작을 1군에서 맞이하는 것이다. 시작점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점차 보직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드라마를 일상으로. 한선태가 또 다른 도전의 발판에 섰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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