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라는 태클을 이겨내고 올림픽 진출의 트라이를 찍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3일 05시 30분


홍콩과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승리의 스크럼을 짜고 있다. 사진제공|청춘스포츠
홍콩과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승리의 스크럼을 짜고 있다. 사진제공|청춘스포츠
한국 럭비가 럭비 도입 100주년을 앞두고 큰 경사를 만들어냈다. 1923년 이 땅에 럭비가 도입되고 난 후 처음으로 올림픽 진출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국 럭비는 지난달 23일, 인천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럭비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강호 홍콩을 연장 승부 끝에 12-7로 꺾고 지역 예선 우승 트로피와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했다.

7인제 럭비로 진행되는 올림픽 럭비는 전 세계에서도 12개국만이 참가할 수 있다. 12개국 중 11번째로 출전권을 획득한 한국 럭비는 과거 여러 차례 세계 대회 상위권에 입상했던 영광을 올림픽에서 재현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지역예선에서는 누구보다도 절치부심하고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이 많았다. 팀 내 장용흥(NTT)과 함께 ‘유이’한 일본파인 정연식(히노)은 지난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당시 부상으로 인해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이번 올림픽 진출을 통해 더 큰 무대에서 한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정연식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진출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무엇보다 작년의 아쉬움을 내가 익숙한 경기장에서 풀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작년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한 마음의 한이 얼마나 응어리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민첩한 스피드와 강한 파워로 명성이 높은 장성민(포스코건설) 역시 올림픽 진출이 간절했다. 4강전에서 두 번의 트라이로 한국을 결승전까지 견인한 장성민은 “올림픽에 무조건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고 여기서 무조건 다 쏟아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올림픽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 하나로 이틀에 5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을 버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유일한 귀화, 혼혈 선수인 안드레(대한럭비협회)는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해준 한국에 기여하고 싶어 했다. 올림픽 진출은 그의 최우선적인 목표였다. 안드레는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한국에 감사하고 그래서 나라를 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올림픽 진출 그날이 와서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한국 럭비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종 대회에서 늘 저력을 발휘해 왔다. 1998, 2002 아시안게임에서 7인제, 15인제를 동시 석권하는 등 럭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대회부터 6회 연속으로 메달을 따냈다. 이제 선수들은 2020년 도쿄에서 올림픽 1승, 혹은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리그 경기와 훈련에 매진한다. 도쿄에서 럭비 대표팀이 보여줄 값진 땀방울을 기대해본다.

진현우 명예기자(명지대 정치외교 전공) martynjin@gmail.com
김원비 명예기자(순천향대 스포츠과학 전공) dnjsql08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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