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SK와 염경엽 감독은 이미 벽을 넘어선 것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22일 05시 30분


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는 2019시즌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64승1무31패, 승률 0.674로 ‘추격자’들을 압도했다. 2위 키움 히어로즈(59승39패)와는 6.5게임차다. 6월까지 끈질기게 SK를 뒤쫓던 두산 베어스(57승40패)는 제 풀에 지친 듯 아예 3위로 내려앉았다. SK의 수그러들지 않는 기세에 눌려 경쟁자가 아닌 추격자로 밀려났다.

1년 전에는 두산의 세상이었다. 2위 한화 이글스를 7경기차로 따돌린 채 전반기 1위를 질주했다. 3위 SK는 9게임차로 더 멀리 처져 있었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순위에선 2위 SK를 무려 14.5경기차로 떨어뜨리고 1위를 접수했다. 정규시즌 도중은 물론 한국시리즈(KS) 직전까지도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가 대세였다.

후반기 동안 SK의 적은 오로지 SK뿐일지 모른다. 너무도 익숙하고 뻔해진 SK의 승리가 스스로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KS 우승을 놓치면 본전도 못 건지는 셈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두산처럼 KS에서 실패하면 만사가 허사라는 강박관념이 끝까지 SK의 구성원 모두를 괴롭힐 수 있다.

부담감이 지나치면 스스로를 얽어매는 족쇄만 남는 법이다. 그러나 염경엽 SK 감독(51)의 말에 귀 기울여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듯하다. 이미 각오한 바였고,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반대급부로 최상의 성과물을 전반기에 만들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만났을 때다. 염 감독은 “누구 한 명이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 역할 분담한 것들을 다 잘해줬다”고 되짚었다.

모두가 잘 아는 대로 염 감독은 지난해 KS 직후 프런트 수장에서 현장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유례없이 평화로운 권력교체였지만, 전임자 트레이 힐만 감독으로부터 ‘KS 챔피언’을 물려받았다. 모두가 KS 우승팀의 자부심을 한껏 누리고 있을 때 단 한 사람, 염 감독만큼은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봄이 오고, 새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여전히 한 사람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 그대로였다. 염 감독은 “4월 한 달간은 ‘내 멘탈이 약해졌나’ 싶을 정도로 공황장애를 겪었다. 부담감 때문에 내 앞에 벽이 하나 생긴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질곡의 시간이었을 테지만,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염 감독은 “선수들, 코치들이 (내 부담감을) 잘 풀어준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좋은 팀(이라는), 좋은 신뢰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시련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세상이치를 또 한 번 각인시켜주는 말이다. 염 감독과 SK 선수단은 전반기 1위를 통해 스스로의 마음속에 도사린 거대한 벽을 이미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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