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감동 그대로…21인 태극낭자, US오픈 출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30일 05시 30분


고진영(왼쪽)-박성현. 사진|대홍기획·스포츠동아DB
고진영(왼쪽)-박성현. 사진|대홍기획·스포츠동아DB
21년 전, 모든 이들을 열광케 했던 그때의 감동이 다시 재현될 수 있을까. 한국골프의 물줄기를 바꿨던 바로 그 대회에서 태극낭자 군단이 ‘통산 10승’이라는 대업을 정조준한다.

태극기를 품은 21명의 최정예 멤버들은 30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2·6732야드)에서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정상을 노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규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과 명예가 걸린 바로 US여자오픈의 시간이다.

● 최대 총상금과 환산 불가능한 명예

US여자오픈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오픈, ANA 인스퍼레이션, 에비앙 챔피언십과 함께 LPGA 투어 5대 메이저대회로 분류되지만, 그 권위와 명예만큼은 나머지 대회들을 모두 압도하는 위력을 자랑한다.

1946년 창설돼 모든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US여자오픈은 ‘골프 강국’임을 자부하는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자체만으로도 모든 여왕들을 설레게 하는 대회다. 매년 배출되는 우승자를 향한 관심 또한 가장 뜨겁다.

규모 역시 ‘넘버1’ 대회답다.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올해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총상금과 우승상금을 늘리면서 일류 메이저대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총상금은 500만 달러에서 550만 달러(약 66억6000만 원)로, 우승상금은 9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약 12억 원)로 증액했다. 총상금은 LPGA 투어 정규대회 가운데 가장 많고, 우승상금은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의 150만 달러 다음으로 높다.

● 통산 10승 노리는 태극낭자들

US여자오픈이 국내 골프팬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태극낭자들과의 돈독한 인연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9승을 합작하며 가장 많은 US여자오픈 트로피를 보유한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초는 ‘골프 여왕’ 박세리(42·은퇴)였다. 1997년 말 급작스런 외환 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을 선물했다. 이후 한국여자골프는 박세리의 역사적인 우승을 발판삼아 이른바 ‘세리 키즈’를 배출해냈고, 이는 한국이 세계골프 강국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김주연(38·은퇴)이 2005년 최종라운드 18번 홀 기적의 벙커샷을 앞세워 정상을 밟으면서 태극낭자들은 본격적인 US여자오픈 우승 사냥을 시작했다. 2008년 박인비(31·KB금융그룹)가 역대 최연소 우승을 기록한 뒤 2009년 지은희(33·한화큐셀)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2011~2013년 유소연(29·메디힐)~최나연(31·SK텔레콤)~박인비가 3연패를 작성하면서 독주를 이어갔다. 이후 전인지(25·KB금융그룹)와 박성현(26·솔레어)이 각각 2015년과 2017년 명맥을 계승했다.

●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

이제 태극낭자들은 통산 10승 합작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총집결한다. 우승을 경험한 박인비와 지은희, 유소연, 최나연, 전인지, 박성현이 출격하고, 지난달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메이저 2연패를 노리는 고진영(24·하이트진로)과 세계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신지애(31·스리본드)와 김효주(24·롯데), 양희영(30·우리금융그룹) 등 총 21명이 우승을 꿈꾼다.

다만 통산 10승을 노리는 태극낭자들은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을 넘어야 한다. 99개에 이르는 벙커가 대표적인 장벽이다.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 곳곳을 지키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벙커를 피해야만 우승과 가까워질 수 있다.

더불어 그린이 가파르게 기울어져있는 11번 홀(파3)과 ‘사자의 입’으로 불릴 만큼 그린 주변이 벙커들로 완벽하게 봉쇄돼 있는 16번 홀(파4) 역시 조심해야 할 장애물 중 하나다. 현재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도 벙커 못지않은 훼방꾼으로 꼽힌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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