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오프너+쌓인 경험…추신수, 역대급 봄의 질주 비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8일 05시 30분


타율 0.328, 출루율 0.416.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6일(한국시간)까지 기록한 시즌 성적이다. 추신수는 올해 텍사스의 실패한 선택이라는 오명을 지우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타율 0.328, 출루율 0.416.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6일(한국시간)까지 기록한 시즌 성적이다. 추신수는 올해 텍사스의 실패한 선택이라는 오명을 지우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철마는 도무지 멈출 줄 모르고 달리고 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가 봄부터 요란한 경적을 울리는 중이다. 그와 함께 ‘1982년생 트리오’를 이뤘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에이징 커브(Aging Curve·연령대별 성적 변화 곡선)’를 피하지 못한 것과 딴판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비결은 땀과 경험이다.

● 에이징 커브 비웃는 베테랑


추신수는 7일(한국시간)까지 3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8, OPS(출루율+장타율) 0.971, 4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OPS는 아메리칸리그(AL) 7위이자 팀내 2위(1위 조이 갈로·1.073)다. 또한 wRC+(조정득점생산)는 154(AL 9위)다.

사실 ‘봄의 맹타’는 반갑지만 낯설다. 지난해 추신수는 3~4월 29경기에서 타율 0.233, OPS 0.727로 침묵했다. 5월부터 반등에 성공해 올스타까지 선정됐지만, ‘슬로 스타터’ 이미지를 벗진 못했다. 그러나 올해 4월 OPS는 0.987로 ‘커리어 하이’였던 2013년(1.0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통계를 거스르는 활약이다. 야구를 숫자로 다루는 ‘세이버메트릭스’는 타자의 전성기로 20대 중후반을 꼽는다. 평균 31세를 기점으로 성적은 급전직하한다. AL OPS 상위 10걸 중 30대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KBO리그에서도 동갑내기 이대호가 35경기 타율 0.281, 4홈런, 34타점으로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며, 김태균이 29경기 타율 0.305, 1홈런, 11타점으로 1군 말소된 것에 비춰보면 차이는 선명하다.

※ 2019시즌 5월6일(한국시간) 기준
※ 2019시즌 5월6일(한국시간) 기준

● 경험+땀=진화된 추신수

호성적의 첫째 비결은 타격폼 교정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장타력 향상을 위해 레그킥을 시도했다. 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올해는 자세를 한결 간소화하며 공을 띄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추신수의 올해 평균 타구 발사각은 9.9도로 지난해(6.1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변화를 주는 것은 그가 가진 경험의 가치”라고 칭찬했다.

변화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이후로 추신수의 뜬공 비율은 줄곧 20퍼센트대에 머물렀고(2016년 48경기·30.8%), 땅볼/뜬공 비율도 매년 1.5를 넘기는 등 전형적인 ‘땅볼형 타자’였다. 하지만 올해 추신수의 뜬공 비율은 32.2%이며, 땅볼/뜬공 비율도 1.48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뜬공 혁명’에 비로소 발을 맞춘 셈이다.

여기에 땀까지 더해지며 추신수의 활약이 완성됐다. 그는 팀내 최고참이지만 여전히 가장 먼저 출근해 문을 여는 ‘오프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애드리안 벨트레의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추신수가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 가장 화를 냈던 건 그가 아닌 팀 동료들이었다.

이러한 무형의 가치는 그의 위상까지 올리고 있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트레이드 대상 1순위’로 꼽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CBS스포츠’는 7일 “추신수는 매번 과소평가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으며, 개막전에서 그를 선발 제외했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모든 팀원이 추신수를 닮으면 우리는 최강의 공격팀이 될 것”이라며 열렬한 팬이 됐다.

노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있다. 경험과 땀은 추신수를 더욱 무서운 타자로 만들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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