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9연패 벗어난 KIA, 희망의 싹 틔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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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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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2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그간의 고뇌를 담은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그동안 선수단 모두 마음고생이 많았다. 팬들에게도 죄송했다. 오늘 경기 이후로 더욱 더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 1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이어진 9연패에서 벗어나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들에 대한 감사였다.

종목을 불문하고 연패는 모두가 꺼리는 단어다. 그 늪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정신적 충격 또는 내상은 상상이상이다. 후유증도 길게 똬리를 틀고 시즌 내내 따라붙는다. 전력이 약한 팀의 전유물 같지만, 때로는 강팀도 어쩌지 못하는 불청객이 바로 연패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 수렁에 빠지지 않는 것만이 상책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긴 연패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다. 1985년 3월 31일 구덕 롯데전부터 4월 29일 인천 롯데전까지 한 달 가까이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삼미는 지금까지도 약팀의 대명사로 기억되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 꼴찌로 시작해 18연패를 당한 그해 시즌 도중에는 끝내 청보 핀토스로 구단의 주인과 이름마저 바뀐 비운의 팀이기도 하다. 재일교포 투수 장명부가 맹활약한 1983년을 빼고는 늘 최하위였다.

2004년 삼성 라이온즈는 10연패의 터널에 갇힌 적이 있다. 5월 5일 안방에서 현대 유니콘스에 대역전패를 허용한 뒤로 2주간 이어진 혹독한 연패였다. 끝내 피하지 못한 10연패의 밤, 5월 18일 대구 KIA전을 마친 뒤 당시 삼성 지휘봉을 쥐고 있던 김응용 감독은 선동열 수석코치를 구장 인근의 한 식당으로 불렀다. “힘들어 못하겠으니 이제 네가 감독을 해라.”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 감독에게도 두 자릿수 연패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던 것이다.

2004년의 삼성은 결코 약팀이 아니었다. 연패에서 벗어난 뒤로는 거짓말처럼 빠르게 정상을 되찾아갔다. 결국 그 해 75승(5무53패)의 현대에 2승 뒤진 73승(8무52패)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5월의 10연패만 아니었더라면 한국시리즈로 직행했을 테고, 우승까지 차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연패기간 중의 삼성은 집단최면에 걸린 듯 무기력했다. 몸부림을 칠수록 더 깊이 그 늪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지난해 LG 트윈스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극심한 부침을 보였다. 그 대표적 장면이 8연승 직후 8연패다. 4월 20일 마산 NC 다이노스전부터 5월 8일 잠실 롯데전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개월여가 흐른 7월 중순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LG 류중일 감독을 만났을 때다. 6월초 한 차례 7연승을 추가한 덕에 안정적으로 4위를 달리고 있을 때였지만, 류 감독은 여전히 8연승 뒤 8연패를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해 LG가 경험한 대로 연승기간 중 집중력을 발휘하느라 쌓인 피로는 자칫 독으로 변할 수도 있다. 연승에 따른 득보다 실이 더 클 때도 있다. 그래서 감독들은 연패가 뒤따를 바에야 연승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연패는 치명적이다. 그런 연패의 그늘 속에서 ‘잔인한 4월’을 보낸 KIA가 어떤 표정으로 시즌을 마칠지는 이제부터의 노력에 달려있다. 다행히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김기태 감독의 말대로 “더욱 더 최선을 다해” 연패의 충격을 하나둘 지워나가는 KIA를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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