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으로 막는다” 속 깊은 신인 변우혁의 프로적응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18일 10시 01분


코멘트
한화 변우혁.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변우혁.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변우혁(19)은 올해 데뷔한 신인이다. 천안북일고 출신으로 한화가 연고권(1차지명)을 행사해 입단시킨 유망주다. 포지션은 1·3루에 나설 수 있는 코너 내야수다.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 등이 버틴 자리라 지금 당장은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버티고 기다리면’ 변우혁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약속의 땅’이기도 하다.

팀 사정을 잘 알기에 변우혁은 ‘욕심’보다는 ‘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언제든 경기에 투입되면 제몫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2군이 아닌 1군에서 선배들의 장점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기회임을 잘 깨닫고 있다. 덕아웃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지만 그는 “늘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자세로 준비한다. 선발로 나가더라도 교체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짧고 굵게 임팩트를 남길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밝혔다.

17일 수원 KT 위즈전이 딱 그랬다. 9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후 4번째 선발출장. 변우혁은 3차례 타석에서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뒤 7회말 수비 때 김회성으로 교체됐다. 2회초 무사 1루 첫 타석이 돋보였다. KT 선발 배제성의 초구와 2구에 배트를 돌렸지만 모두 파울.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풀카운트까지 몰고 가는 끈질김을 보인 끝에 7구째 바깥쪽 직구를 밀어 쳐서 기어이 우중간안타를 만들어냈다. 2회초 추가 2득점의 징검다리였다.

한용덕 감독의 칭찬이 뒤따랐다. 경기 후 한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도 정은원, 변우혁 등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타선이 최악”이라며 이날 대대적으로 타순과 수비위치를 바꾼 한 감독이 가장 원했던 ‘타선의 집중력’을 아들뻘의 어린 선수가 보여줬으니 당연한 찬사였는지 모른다.

순조롭게 프로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어른스러운 일면을 지닌 변우혁은 장점보다는 개선점을 머릿속에 더 집어넣고 있었다. 거포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우선은 1군에서 생존하기 위해 큰 스윙보다는 간결한 스윙을 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프로 선배들의 타구는 역시 빠르고 강하다. 고척에서 선발로 나갔을 때(14일 키움 히어로즈전 1루수) 빠른 타구를 처리하기가 힘들었다”며 “일단은 ‘몸으로 막는다’는 생각이다. 베이스가 가까우니까 맨몸으로라도 타구를 떨어뜨려놓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겉멋에 취하지 않은 속 깊은 신인의 창창한 앞날이 기대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