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되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상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KT 위즈는 집토끼 잔류를 최대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KT 선수 가운데 올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한 이는 박경수(34)와 금민철(32) 두 명이다. 양의지·최정·이재원 등 ‘최대어’들에 비해 몸집이 작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팀의 기여도를 따진다면 이들도 빠지지 않는다.
2015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KT와 4년 총액 18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당시만 해도 FA 시장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있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박경수의 몸값은 눈에 띄게 낮았다. 박경수는 4년간 524경기에서 타율 0.280, 82홈런, 293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같은 기간 2루수 최다 홈런 및 타점 보유자는 박경수다. 통산 12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역대 2루수 2위에 올라있다. 1위 김성래(147개)와 차이는 22개로 1~2시즌 안에 경신이 가능하다.
여기에 무형의 가치도 포함돼있다. 박경수는 2016년부터 세 시즌 연속 주장 완장을 차며 팀을 이끌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박경수는 팀 후배들 사이 신망이 두텁다. 신생팀 KT가 1군에 연착륙하는 데 있어 박경수의 리더십이 미친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FA를 앞둔 2018시즌에도 주장 완장을 거절하지 않았다. 두 번째 FA임에도 오히려 저평가받았던 첫 FA 때보다 금액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 금민철. 스포츠동아DB
금민철 역시 필요도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금민철은 올 시즌에 앞서 2차 드래프트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성적은 대박이었다. 29경기에서 156.1이닝을 소화하며 8승12패,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데뷔 첫 규정이닝 소화로 단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비록 전반기(18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4.94)와 후반기(11경기 2승7패, 평균자책점 6.29) 차이가 극명했지만 이는 풀 시즌을 선발로 치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민철도 이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현재 체력 보강을 한창 진행 중이다.
KT 마운드 사정을 감안하면 금민철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올 시즌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에서 금민철은 토종 선수 1위에 올랐다. 내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KT는 고영표의 군 입대로 마운드의 축 하나를 잃었다. 비록 이대은이 입단하기는 하지만 아직 1군 리그에서 얼마나 통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수 둘도 바꿨다. 결국 어느 정도 확실한 카드는 금민철이 유일하다.
KT는 이들을 모두 눌러앉힌다는 각오다. 둘 모두 한 차례씩 만남을 가졌다. 금민철과는 다음 주쯤 한 번 더 만날 예정이다. 이숭용 단장은 올해까지 코치와 선수 관계였기 때문에 최재영 운영팀장 주도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단, 아직 구체적 금액이 오고간 것은 아니다. 다소 느리게 보일 수 있지만 양측 모두 잔류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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