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좌완 투수 김태훈(28)이 한국시리즈 1차전 7회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태훈은 5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을 앞두고 “무사 만루 위기를 만들고 나서 ‘역적이 되느냐, 이기느냐’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렇지 않으면 로봇 아니겠나”라며 “위기를 막은 뒤 우승한 느낌이었다. 우승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더라”고 밝혔다.
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김태훈은 팀이 5-3으로 앞선 7회말 4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7-3 승리에 큰 힘을 더했다.
과정은 불안했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내야안타, 양의지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김태훈은 최주환에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오재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태훈은 김재호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해 실점을 막았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김태훈은 8회말을 삼자범퇴로 끝냈다.
김태훈은 “시즌 중에도 만루 위기를 많이 막아서 자신감은 있었다. 내가 만든 위기라 책임감도 느껴졌다”며 “중간에 포수 (이)재원 형이 올라와 이제 아무것도 없다며 아무 생각하지 말고 던지라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오재일 선수를 삼진으로 잡을 때 가운데를 보고 전력투구를 했다. 앞선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 공격적으로 승부하자고 생각했다”며 “어제 경기 중 오재일 선수를 삼진으로 잡을 때 던진 마지막 공이 최고 구속이었다. 만족스러운 공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은 “최주환 선수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큰 경기라 타자들 집중력이 정말 좋더라. 그래서 투구수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날 최주환이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것을 떠올린 김태훈은 “결과적으로 보면 최주환 선수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나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올해 처음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는 김태훈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날 경기에서 SK 선발 박종훈이 4⅓이닝만 소화하고 내려갔다. 뒤이어 등판한 김택형이 연속 볼넷을 내주며 좋지 못했고, 앙헬 산체스가 1⅔이닝을 소화했다. 이 때문에 김태훈은 다소 긴 2이닝을 던져야 했다.
김태훈은 “이렇게 가을야구 핵심 멤버로 뛰니 내가 나 같지가 않다”고 웃기기도 했다.“체력적인 부담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속이 떨어지거나 제구가 안 되는 것은 밸런스 문제 때문”이라며 “구속이 떨어졌는데 만루가 되니 다시 올라오더라. 오늘 캐치볼을 하는데 팔이 무겁지 않은 느낌이었다. 밸런스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2차전에서는 전날 40개의 공을 던진 김태훈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김태훈은 “오늘 등판하라고 하면 던질 것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렇게 안 하실 것”이라더니 “어제 (김)택형이 부진했지 않나. 택형이 ‘형의 역할을 내가 할테니 오늘은 쉬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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