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기자의 여기는 보고르] 태극전사 앞에 멈춘 베트남 돌풍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30일 05시 30분


황의조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피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베트남과의 준결승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28분,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황의조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피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베트남과의 준결승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28분,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통산 5회, 2회 연속 아시안게임(AG) 정상까지 꼭 한 걸음 남았다.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018자카르타-팔렘방AG 남자축구 결승에 진출하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피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 대표팀과의 대회 4강전에서 두 골을 뽑은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의 활약을 앞세워 3-1 쾌승을 일궜다. 결승전은 9월 1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이날 승부는 대진이 한국-베트남으로 결정됐을 때부터 벤치의 ‘코리안 더비’로 대단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 감독과 지난해 10월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총괄 사령탑에 부임한 박항서(59) 감독은 대표적인 비주류 축구인이다.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 둘의 지도자 인생은 잡초와 다름없었다. 끌어주고 당겨주는 라인이 없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음에도 인정을 받지 못했고,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 수석코치로 활동한 박 감독이 갈채를 받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다.

킥오프를 앞두고 서로를 꼭 끌어안은 사령탑의 출사표는 결연했다. 김 감독은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말로, 박 감독은 “조국을 사랑하나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틀 전(27일) 대회 8강전에서 힘겨운 연장혈투를 펼친 탓에 지쳐있었음에도 두 팀은 육체를 지배하는 강한 정신력으로 치열하게 부딪혔다.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주도한 것은 한국이었다.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원 톱, 이승우~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황희찬(22·잘츠부르크)을 공격 2선에 배치해 베트남을 쉼 없이 몰아쳤다.

첫 골은 빨리 터졌다. 전반 7분 황희찬의 패스를 황의조가 놓쳤으나 문전 쇄도한 이승우가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대회 개인 2호 골.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무실점을 이어온 베트남의 유쾌한 기록이 깨진 순간이었다.

사기가 오른 한국은 전반 28분 추가골을 완성했다. 손흥민이 찔러준 볼을 황의조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회 9호 골로 연결했다. 후반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10분 만에 이승우의 대회 3호 골로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이후는 조금 불안했다. 결승을 대비해 황의조~손흥민 등 주포들이 대거 빠진 뒤 밸런스가 무너졌다. 후반 25분 프리킥 골을 내주면서 분위기를 빼앗겼다. 다행히 무릎 부상을 털고 컴백한 수문장 조현우(27·대구FC)가 버틴 수비진은 더 이상 실점 없이 두 골차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보고르(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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