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1∼3위 쏘고도 웃지 않은 한국양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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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4명 중 3명만 출전 규정에 임동현-정다소미 벤치 지키게 돼
동료들 “미안하고 안쓰럽고…”

현대자동차가 회장사를 맡고 있는 대한양궁협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남다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자카르타 붕 카르노 양궁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객실을 경기나 훈련 사이에 쉴 곳이 마땅치 않은 선수들의 ‘휴게실’로 제공하고 있다. 잠은 버스로 45∼50분 정도 걸리는 선수촌에서 잔다. 선수단 점심은 인근 한국 식당에서 한식 도시락을 공수한다.

양궁 선수들의 이런 화려함 뒤엔 냉혹함도 숨어 있다. 남녀 리커브 개인 및 팀 예선이 열린 21일은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날이었다. 70m 거리에서 72발을 쏘는 여자 리커브 예선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들은 나란히 순위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여자 대표 선수 4명 중 1명이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특정 국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양궁 아시아경기 결선 라운드에서 국가당 단체전은 최대 3명, 개인전은 2명만 뛰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협회는 이날 예선 라운드 성적까지 반영해 아시아경기 메달을 노릴 출전 선수를 결정했다.

이날 예선에서 장혜진과 강채영, 이은경은 1, 2, 3위를 차지했고 정다소미는 5위에 머물렀다. 포인트 합산 결과 장혜진과 강채영은 개인전과 단체전 출전을, 3위 이은경은 단체전에 출전하게 됐다. 정다소미는 탈락이다. 남자는 포인트 1위 이우석과 2위 김우진이 개인전과 단체전에 나서고, 3위 오진혁은 단체전에만 나선다. 4위 임동현은 탈락이다. 남녀 1위 이우석과 장혜진은 혼성전 출전 자격도 갖춰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김성훈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현행 선발 방식이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선수들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양궁#아시아올림픽평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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