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맨 민병헌의 진심, “내가 팀에 무엇을 해줄지 생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9일 05시 30분


대형 FA 계약을 통해 롯데에 새 둥지를 튼 민병헌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팀에 무엇을 해줄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 속에서 그의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대형 FA 계약을 통해 롯데에 새 둥지를 튼 민병헌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팀에 무엇을 해줄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 속에서 그의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민병헌(31)은 성향 자체가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자리가 보장된 위치임에도 스프링캠프부터 페이스를 맞춰놓고, 전력을 쏟는다.

이런 민병헌의 치열함은 2018시즌 캠프 출정을 앞두고 조금 더 강도가 세졌다. 큰 계약(프리에이전트 4년 총액 80억원)을 했고, 소속팀이 두산에서 롯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거액을 손에 넣었으니 안도한다는 생각보다 계약 규모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고, 주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깊이 자각하고 있다.

민병헌은 이미 부산에 내려가 있다. 낮에는 기술훈련, 밤에는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 대형계약 후 민병헌의 인터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조용히 자기 것을 채워가겠다는 무언의 의지였다.

민병헌은 “솔직히 부담감은 든다. 그래서 여느 해보다 더 독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오던 패턴을 지키되, 그 과정을 더 확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민병헌이 롯데를 위해 야구 실력 이외의 지점에서 무엇을 해주려 하는지를 들어봤다.

롯데 민병헌.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민병헌.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롯데에 우승 DNA 전파하겠다

아무리 비중이 커도 ‘이적생’ 민병헌은 아직 롯데를 모른다. 지난해 11월 말 납회에 참석해서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롯데 선수들이랑 아직 훈련을 해볼 기회가 없었다. 같이 땀을 흘리면 분위기를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러면 내가 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 것 같다.”

민병헌은 전 소속팀 두산에서 11시즌을 뛰었다. 무려 6차례에 걸쳐 한국시리즈(KS)에 올라갔고 이 중 두 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승자의 DNA가 무엇인지 알 법 하다. 민병헌은 “정확히 말로 하긴 어렵다. 그러나 한마음이 되어 목표를 향해 갈 때 팀이 잘 된다. 그러기 위해 선수들끼리 통하는 어떤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정서를 전파하는 것이 또 다른 책임이라는 생각이다.

롯데는 2017시즌 창단 최다승(80승)을 거두며 3위를 했다. 이런 롯데가 왜 자신을 영입했는지를 모르지 않는다. “1등, 2등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기대에 걸맞은 가치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 민병헌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민병헌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팀 퍼스트 마인드, 우익수 집착하지 않는다

민병헌의 가세로 롯데는 손아섭, 전준우로 짜여진 강력한 외야라인을 만들었다. 남은 과제는 포지션 조정이다. 지난해 민병헌과 손아섭은 주로 우익수, 전준우는 주로 중견수로 뛰었다. 복잡할 것 같지만, 롯데 조원우 감독이 의외로 쉽게 풀 수 있을 듯하다. “내가 편한 곳보다 팀에서 필요한 곳에 들어가겠다”고 민병헌이 선언한 덕분이다. 민병헌은 “(손)아섭이보다 내가 수비를 더 잘한다. 아섭이가 가장 편한 자리가 있다면 거기서 하는 것이고 나는 따로 메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말은 곧 ‘우익수=손아섭’을 인정한 민병헌의 배려라 할 수 있다.

민병헌은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에 보탬이 되어야 더 부각될 것이다. 나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욕보다는 팬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답했다. 롯데 팬들이 무엇에 목말라있는지를 아는 자의 말이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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