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이다영을 통해 본 ‘백업세터’의 중요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9일 05시 30분


삼성화재 김형진. 사진제공|KOVO
삼성화재 김형진. 사진제공|KOVO
‘배구는 세터놀음이다.’

배구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말이다. 혈전의 연속인 ‘도드람 2017~2018 V리그’를 보면 실로 적합한 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세터의 기량에 따라 팀 경기력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물론 세터 한명이 정규시즌 내내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흔들릴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 때 팀 분위기를 쇄신시켜 줄 수 있는 ‘백업세터’의 중요성이 더욱 더 강조되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건설은 올 시즌 주전세터의 경기력에 유독 영향을 많이 받는 팀들이다. 두 팀은 4라운드 들어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세터들의 경기력에 있어 공통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주전세터로 도약한 황동일이 7일 KB손해보험전에서 극심하게 흔들렸다. 상대 팀의 철저한 분석과 황동일 자신의 컨디션 난조로 인해 첫 세트부터 공격진을 효율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신진식 감독은 고심한 끝에 1세트 중반 ‘백업세터’ 김형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8-16으로 뒤져 있어 패색이 짙었지만 이대로 허망하게 첫 세트를 내줄 수는 없었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세터 교체를 감행했고, 김형진에게 볼 배분을 맡겼다. 김형진은 곧바로 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2세트부터 박철우-타이스로 이어지는 양 날개를 적절히 활용했고, 박상하-김규민의 속공도 섞어 KB손해보험 수비진에 혼란을 가중했다. 삼성화재는 김형진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세트 스코어 3-1로 3연패 사슬을 끊었다.

현대건설 이다영이 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맞대결에서 토스를 시도하고 있다. 백업토스가 마땅치 않은 현대건설은 시즌 내내 주전세터 이다영의 활약만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현대건설 이다영이 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맞대결에서 토스를 시도하고 있다. 백업토스가 마땅치 않은 현대건설은 시즌 내내 주전세터 이다영의 활약만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현대건설은 같은 날 KGC인삼공사와 맞대결을 벌였다. 1세트 초반 12-7까지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았지만 이후 급격하게 득점 실패가 많아지면서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세터 이다영의 토스가 읽히기 시작하자 인삼공사의 블로킹이 늘어났다. 주포 엘리자베스의 공격효율까지 떨어지자 이다영은 양효진과 황연주의 공격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복 있는 토스로 원활한 세트 플레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삼성화재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대처 방법은 달랐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이다영을 대신해 투입시킬 백업세터가 마땅히 없었다. 신인 김다인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입단한 선수로 실전감각이 턱 없이 부족했다. 결국 이다영이 끝까지 코트를 지켰고, 현대건설은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두 팀의 차이점은 한눈에 봐도 명확했다. 백업세터의 유무가 경기 승패를 좌우한 전형적인 비교사례들이었다. 삼성화재는 위기관리에 있어 소방수 카드를 한 장 얻었지만 현대건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같은 날 같은 상황, 그러나 받아든 결과는 서로 달랐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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