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말 KIA 김주찬(36)은 두산의 두 번째 투수 함덕주를 상대로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행운의 2루타를 쳤다. 버나디나의 보내기 번트와 최형우의 볼넷 등으로 맞은 1사 1, 3루에서 두산은 극단적인 전진 수비를 펼쳤다. 3루 주자 김주찬을 홈에서 잡겠다는 포석이었다. 후속 나지완이 3루수 앞 땅볼을 치고 김주찬이 런다운에 걸리면서 두산의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포수 양의지가 3루로 쇄도하던 최형우를 잡기 위해 3루에 송구하는 사이 김주찬은 순식간에 홈으로 파고들었다. 양의지의 판단 착오와 김주찬의 빠른 상황 판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두 팀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들의 대결은 이렇듯 특이한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2000년 데뷔 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선 한국시리즈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주찬은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안타 하나를 치기가 어려웠다. 1차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 몸에 맞는 공, 볼넷 하나에 그치며 팀의 3-5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26일 2차전에서는 첫 두 타석 연속 병살타로 팀에 찬물을 끼얹으며 선취점이 급한 KIA 김기태 감독의 애간장을 녹였다. 팀의 주장이지만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주찬은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나가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빼어난 주루 플레이로 소중한 득점을 올렸다.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남다른 야구 센스가 KIA를 승리로 이끌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