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지옥훈련, 평창 꿈에 타협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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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 한국 모굴스키 개척 토비 도슨 감독과 세계 4위까지 성장한 대표팀

평창에서 한국 스키 사상 첫 겨울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모굴스키 국가대표 팀이 전지훈련 출국을 앞두고 1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모여 선전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마이클 도미닉 체력 전담 코치, 토비 도슨 감독, 서명준, 서정화, 서지원, 최재우, 황성태 코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평창에서 한국 스키 사상 첫 겨울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모굴스키 국가대표 팀이 전지훈련 출국을 앞두고 1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모여 선전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마이클 도미닉 체력 전담 코치, 토비 도슨 감독, 서명준, 서정화, 서지원, 최재우, 황성태 코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날 토비 도슨(현 모굴스키 국가대표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있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기간 열린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의 마지막 연사였다. 긴 대장정의 피날레, 주변에서는 “평창이 돼도 토비 때문, 탈락해도 토비 때문”이라며 부담을 줬다. 결국 한국계 입양아로 미국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낸 도슨은 평창을 3수 끝에 2018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만드는 기적에 힘을 보탰다. 2011년 7월 7일의 일이다.

같은 시간, 서명준(25)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있었다. 대학 첫 학기를 막 마치고 방학을 즐기던 새내기는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리는 줄에서 올림픽 개최지 선정 발표 전 프레젠테이션 생중계를 봤다. 그의 누나 서정화(27)는 집에 있다 소식을 들었다.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선수위원으로도 활동했던 터라 고생했던 유치위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서지원(23) 역시 그날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서 TV 생중계를 지켜보던 그는 ‘평창’이 발표되던 순간의 화면을 사진까지 찍었다. 최재우(23)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캐나다 스키 유학 중이었던 그는 홀로 방에서 TV를 보다 ‘올림픽 개최지, 평창’ 자막을 보고 한국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신저로 기쁨을 나눴다.

서로 다른 곳에서 더반의 감격을 느꼈던 이들은 어느덧 6년째 함께 뭉쳐 새로운 지평을 꿈꾸고 있다. 도슨이 한국팀 지도를 결심하면서 ‘각자도생’ 하며 학업과 스키를 병행하던 모굴 대표팀은 2012시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게 됐다. 서명준은 “겨울마다 월드컵시리즈를 돌면서 대회를 다 뛰는 것도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다. 지금은 정말 훈련하는 데 부족한 게 하나도 없다. 다만 훈련이 너무 힘들어 문제”라며 웃었다. 그사이 한국 모굴스키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고 성적(4위)을 썼다.

도슨 감독은 “내가 사랑하는 스포츠(모굴)로 한국이 평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을 꿈꾸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위대한 선수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희생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다. 그의 훈련에 타협이란 찾아볼 수 없다. 빈틈없이 짜인 서킷트레이닝(체력이 소모되는 운동 조합을 시간을 측정하며 반복)은 선수들이 “욕이 절로 나온다”고 할 만큼 혹독하다.

도슨과 처음 만났을 때 고등학생이거나 갓 스물을 넘겼던 어린 선수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강도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스스로를 이겨내는 법을 배워갔다. “예전에는 극도로 짜증이 났는데 이제는 ‘어찌 됐든 시간은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서지원) “어떻게든 시간은 지나가 있더라고요. 성취감도 커요. 끝나고 밖에 나가 맑은 공기 마시면서 스스로에게 ‘재우야, 수고했다’고 해요.”(최재우)

호주 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은 24일 스위스 체어마트로 훈련을 떠난다. 다시 한국에 돌아올 때쯤이면 올림픽은 3개월여 앞에 와 있을 것이다. 도슨 감독은 안방에서의 올림픽이 스트레스가 아닌 기쁨이 되려면 필요한 건 완벽한 준비뿐이라고 했다. “5년간 선수들이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월드클래스의 선수가 되려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난 선수들을 더 높은 목표로 몰아붙일 것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모굴스키 국가대표 팀#토비 도슨 감독#2018 평창 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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