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참 어렵네요” 프로야구 사령탑들이 털어놓는 남모를 애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31일 05시 30분


프로야구 감독은 대한민국에 단 10명밖에 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며 전국 각지에서 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을 버텨내야 한다. NC 김경문 감독은 28일 경기를 앞두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입원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감독은 대한민국에 단 10명밖에 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며 전국 각지에서 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을 버텨내야 한다. NC 김경문 감독은 28일 경기를 앞두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입원했다.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이 쓰러졌다. 28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전을 앞두고 급체 증세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결국 kt와의 주말 3연전은 김평호 수석코치가 선수단을 이끌었다. 구단 관계자는 30일 “며칠 안색이 안 좋긴 했는데 그날 유독 힘드신 것 같았다”며 “현재 증상은 많이 호전됐고 식사도 하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제대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입원을 하셨다. (퇴원 여부는) 월요일(31일)에 검사 결과를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던 김 감독의 입원 소식에 야구계가 술렁였다. 관계자들은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으면…”이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야구 감독은 해군 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남자라면 꼭 해봐야할 3대 직업으로 꼽힌다. 매력적인 직업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만큼 스트레스가 크다. 김 감독도 입버릇처럼 “어쩌다보니 감독이 됐고, 운이 좋게 오래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야구가 어렵다. 겉은 멀쩡한데 속은 다 상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곤 했다.

김 감독뿐 아니다. 다른 프로야구 감독들도 화려한 삶 이면에 남모를 애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A 감독은 “선수는 자신의 성적, 코치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의 성적만 걱정하면 되지만 감독은 팀 전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승패에 일희일비하면서 살아가는 게 감독들의 삶이다. 오늘 이겨도 내일 경기 걱정에 잠 못 드는 일이 많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감독들은 경기에 패한 날이면 밤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숙면을 하지 못하다보니 수면유도제를 찾는 감독,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 감독도 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쉽지 않다. B 감독은 “경기에 지면 속 편하게 술 먹으러 왔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 편히 앉아있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구석진 곳에서 마시거나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방이 있는 가게를 뚫어놓기도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호텔방에서 혼자 마시곤 한다”고 고백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면 담배를 피운다. kt 김진욱 감독은 “상위권에 있다고 편할 수 없고, 하위권에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이번에 담배를 끊어보려고 했지만 경기를 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담배를 꺼내들었다”고 털어놨다.

감독들이 이토록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감독은 결정을 내려야하는 자리인데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 한 명을 바라보는 식구가 몇 명인지 생각하면 고민이 커진다”며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수를 선택하지만 그렇다보니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가 생긴다. 선수 입장에서는 경기에 나가서 성적을 내야 연봉도 올리는데 당연히 섭섭할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1군 엔트리 27명만이 아니라 2군 선수들, 코치들, 구단 사람들에 그들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3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팀이 이겨야하니까 냉정하게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감독들이 가장 기쁠 때는 당연히 팀이 이겼을 때다. “그나마 팀이 이기면 그날만큼은 발 뻗고 잔다”는 게 감독들의 공통된 말이다. 그러나 그 기쁨이 내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시즌이 끝나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은 끊이질 않는다. 김경문 감독도 “어제 일은 어제 일로 끝내야한다. 오늘은 또 오늘 경기를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한다”고 늘 얘기했다. 프로야구 감독들의 고충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된다는 말이다.

수원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