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세대교체 절벽에 선 한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일 05시 30분


한화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29.4세다. 현재 전력은 충분히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세대교체는 하루가 급한 큰 숙제다. 대전 ㅣ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화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29.4세다. 현재 전력은 충분히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세대교체는 하루가 급한 큰 숙제다. 대전 ㅣ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BO의 2008신인드래프트를 다시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한화는 2차지명 6라운드와 7라운드에서 모두 기권했다. 6라운드에서 삼성에 이어 2번째로 신인을 선택할 수 있었던 한화가 지명을 포기하면서 KIA는 전체 43순위로 김선빈을 선택할 수 있었다. 김선빈은 2017시즌 타율 3위(31일 기준 0.364)를 기록하고 있는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가 됐다. 한화는 2009드래프트 때도 6라운드를 끝으로 지명을 포기한다. 당시 구단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던 히어로즈도 9라운드까지 신인을 뽑았지만 한화는 2008년에 이어 가장 빨리 드래프트에서 철수했다. 당시 김인식 감독은 사석에서 “한명이라도 더 뽑아야 하는데…”라는 말로 에둘러 구단의 인색한 투자를 걱정했다.

신인육성을 외면한 후유증은 금방 찾아왔다. 2005년 김인식 감독 취임과 함께 재도약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는 2009년 최하위로 추락했다.

2011년 구단 수뇌부가 일신되며 한화는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2012년과 2013년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서산에 2군 전용훈련장을 건설하고 신인선발과 외부 프리에이전트(FA)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팀 재건에 속도를 냈다. 평생을 우승 청부사로 살았던 김응용(2013~2014년 재임) 감독은 “다음 감독이 우승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며 신인발굴에 전력을 다했다.

한화 이글스 서산 2군 훈련장.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서산 2군 훈련장.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그러나 2015시즌 김성근 감독 취임으로 구단의 전략적 목표는 수정된다. 김성근 감독과의 계약은 단기적인 성적, 즉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전권을 잡은 김성근 감독에게 구단은 권혁, 배영수, 송은범까지 3명의 외부 FA투수를 선물했다. 2016년에도 김태균과 재계약하고 투수 최대어 정우람에 심수창까지 영입했다. 2014~2016년 3년간 외부 FA시장에서 영입한 30대 선수만 5명, 트레이드도 즉시 전력 위주로 진행됐다. 유망주의 터전인 팜은 황무지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임무인 우승을 위해 달려갔지만 결과는 실패했다. 2016시즌 종료 후 또 다시 대형 FA영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화 경영진은 2016시즌 종료 후 세대교체의 시급함을 스스로 진단했다. 육성에 더 무게를 뒀다. 2018년을 시작으로 매년 외부영입 전력들이 다시 FA자격을 취득하기 시작한다. 정우람(32), 윤규진(33), 박정진(41), 권혁(34), 심수창(36), 송창식(32), 안영명(33) 등 30대 초중반이 주축인 마운드 전력부터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20대 백업 포수도 시급하다. 김태균, 정근우(이상 35), 송광민(34), 이용규(32)의 다음 세대도 고민거리다.

한화 김태균-정우람-정근우-이용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한화 김태균-정우람-정근우-이용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한화의 새 감독 영입에 야구계의 모든 시선이 쏠려있다. 한화 프런트는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팀의 10년 미래가 걸린 문제다. 세대교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베테랑 투·타 전력에 특급 외국인 선수까지 보유한 한화는 단기적으로 리그 상위권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평균연령 29.4세가 보여주듯 세대교체 절벽에 선 상황이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일본의 명장 노무라 가쓰야 감독을 조명한 책 ‘약자를 이긴다’의 추천사에서 ‘노무라는 1년째에는 씨를 뿌리고 2년째에는 물을 주고 3년째에 수확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기다림과 노력, 그리고 정성의 철학이 담겨 있다. 하루빨리 성과를 내기만을 기대하는 우리나라 야구가 노무라의 철학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썼다. 다음 감독을 찾고 있는 한화가 귀담아야할 정답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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