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기 전국 정구대회 찾은 ‘레전드’ 김애경·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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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응원을 위해 제95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가 열린 13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을 찾은 한국 정구의 전설 김애경(오른쪽), 주옥(왼쪽)과 장한섭 NH농협은행 감독.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후배 응원을 위해 제95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가 열린 13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을 찾은 한국 정구의 전설 김애경(오른쪽), 주옥(왼쪽)과 장한섭 NH농협은행 감독.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애경(29)과 주옥(28)은 국제무대에서 효자 종목인 한국 정구의 전설로 불린다. 둘은 사상 최초로 정구 그랜드슬램(아시아경기, 동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우승)을 달성했다. 김애경은 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전 종목(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1년 선배인 김애경이 2015년 코트를 떠난 뒤 지난 연말 주옥이 라켓을 놓았다. 은퇴 후 소속팀이던 NH농협은행 일반 직원으로 변신한 이들이 모처럼 정구장을 찾았다.

김애경과 주옥은 제95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가 열린 13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NH농협은행 후배 응원에 나섰다. 김애경은 NH농협은행 마산해안로 지점에서 창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주옥은 4개월 때 서울 마포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선수 시절 자신들을 가르쳤던 장한섭 NH농협은행 감독과 반갑게 재회한 이 둘은 결승에서 NH농협은행이 패하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애경은 “동아일보 대회가 워낙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하는 부담감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NH농협은행 우승 주역이었던 주옥은 “후배들과 같이 뛴다는 기분으로 응원했다. 다시 라켓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트를 주름잡던 둘이지만 은행원으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웃었다. 김애경은 “선수 경력을 인정받아 계장 직함을 받았지만 은행에서 배울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주옥은 “퇴근 후에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 업무를 익히고 있다. 보험, 펀드 외환 등 자격증 취득 준비도 할 생각이다”고 했다.

대부분 은퇴 운동선수들이 취업과 진로 고민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국내 상황 속에서 김애경과 주옥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정구 명문 NH농협은행 은퇴 선수는 일반직 직원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애경과 주옥은 “운동하며 배운 성실성과 끈기가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선수는 잘 못할 것이란 편견을 깨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한섭 감독은 “아무래도 학창 시절부터 운동만 했기 때문에 직장생활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힘들 때 마다 자주 격려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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