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스트라이크존과 외국인 에이스 투수 영입…‘타고투저’ 해결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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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역대 최고 리그 타율(0.290)을 기록했을 정도로 방망이의 강세가 이어졌다. 한때 잘 치는 타자의 기준처럼 여겨지던 3할 타자만 40명이 나왔다. 화끈한 타격쇼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는 평가와 동시에 야구의 묘미인 투수놀음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욱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이 타선의 부진 탓에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타격거품’ 논란이 거세졌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막을 올린 2017 프로야구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타고투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올 시즌(4일 기준) 리그 전체 타율은 0.237에 평균자책점은 3.53으로 지난해 수치(타율 0.290, 평균자책점 5.17)에 비해 한참 밑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최근 5시즌과 비교해 봐도 가장 낮다.

이런 변화는 올 시즌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의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타자들은 시범경기 때부터 확대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느라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거론되던 스트라이크존 확대 관련 논의는 이번 WBC 대회에서 대표팀 타자들이 낯선 메이저리그식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투수 출신인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전에 비해) 공 한 두개 정도 높은 공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등 확실히 존이 넓어졌다. 넓어진 존이 꾸준히 적용될 경우 분명 타고투저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실한 외국인 선발 카드가 늘어난 점 또한 변화 요인 중 하나다. 올 시즌 비야누에바, 오간도(이상 한화), 맨쉽(NC) 등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이 대거 합류해 안정된 투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각 팀 외국인 에이스 선발 10명 중 9명(롯데 레일리 제외)이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을 정도로 선발투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 만큼 ‘높아진 마운드’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투수 출신 kt 김진욱 감독은 “현장의 감독, 선수, 팬들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존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며 존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국인 선발들 역시 아직 단 한 번 등판했을 뿐이어서 앞으로 상대 타자들이 분석과 적응을 끝낸다면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갈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눈에 띄는 변화가 분명 일어났다는 것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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