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하의 옌볜 ‘은밀하게 위대하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6일 05시 45분


옌볜 박태하 감독이 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공식 친선경기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옌볜 박태하 감독이 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공식 친선경기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육성 강화’ 중국 슈퍼리그 다크호스로
정작 박 감독은 “생존이 목표” 말 아껴


조선족으로 뼈대를 이룬 중국 슈퍼리그(1부) 옌볜 푸더는 더 이상 ‘약체’가 아니다. 을(乙·3부)리그로의 추락을 걱정하던 과거는 이미 잊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 상하이 상강과 선화, 베이징 궈안 등 ‘공룡’들이 즐비한 곳에서 생존하는 저력의 팀으로 변신했다.

국가대표 수석코치를 지낸 박태하(49) 감독이 부임한 2014년 12월만 해도 옌볜은 다음 시즌 을리그 행이 예정돼 있었다. 이 때 기적이 일어났다. 갑(甲·2부)리그로 승격하기로 한 팀에서 내부문제가 돌출되자 중국축구협회가 승격을 취소시키면서 옌볜의 잔류가 결정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 다시 강등 싸움에 휘말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2015시즌 갑리그 우승을 차지한 옌볜은 2016시즌 슈퍼리그에서 당당히 9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낸 일부 옌볜 선수들은 중국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박 감독은 옌볜과 2018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하이난을 시작으로 스페인 무르시아를 거쳐 경남 남해, 울산에서 3차 동계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옌볜에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저 생존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조용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역시 생존이 목표”라며 박 감독은 말을 아끼지만, 옌볜의 많은 축구인들은 “이처럼 고속성장이 이어진다면 이른 시일 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고 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다.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 같은 값이면 빅클럽에 유리한 잣대를 적용하는 심판 판정과 장외의 검은 입김 등 당장 견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큰 변수도 추가됐다. 최근 중국축구협회가 발표한 2017시즌부터 시행될 규정이다. 유망주 육성 차원에서 모든 클럽은 23세 이하 선수를 반드시 4명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 그 중 2명은 출전 엔트리(18명)에 넣고, 1명은 선발로 출전시켜야 한다. 또 외국인선수는 3명만 출전할 수 있다. 국가대표팀 전력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준비할 틈도, 유예기간도 없이 적용될 규정에 대해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고 있지만, 옌볜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물론 미리 예견한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장기계획을 세우고 대비해왔을 뿐이다. 1·2군 선수단과 별개로 연령별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해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박 감독은 “슈퍼리그 승격 이후를 염두에 두고 구단이 유소년 강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100% 만족할 순 없어도, 우리 민족 특유의 끈끈함과 패기로 무장한 ‘준비된’ 어린 선수들이 조금씩 등장해 눈길을 끈다. “다른 팀보다는 상황이 낫다. 실력이 엇비슷하면 한 발 더 뛰는 우리가 낫다.”

박 감독은 “선수단 정비가 나름 잘 이뤄지고 있다. 한국선수들이 포함된 일부 외국인선수들을 정리하고, 우리 팀의 미래를 짊어질 흙 속의 진주를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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