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셔틀콕 키다리 아저씨’ 김덕인 요넥스코리아 회장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0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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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인 요넥스코리아 회장이 26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7세. 고인은 50년 가까이 한국 배드민턴 발전을 이끈 '코트의 거목'이었다.

설 연휴 기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한국 체육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금메달 2개를 딴 김동문 원광대 교수는 "얼마 전까지도 직접 전화를 주셔서 좋은 말씀 해주셨다. 젊은 사람답게 한국 체육 행정에 쓴 소리도 하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일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고 전했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항상 열정적으로 현장을 누비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테니스 배드민턴 정구 등 열악했던 한국 라켓 스포츠 산업을 일으키셨다"고 말했다.

90대 중순을 넘긴 나이에도 최고경영자로 왕성하게 경영 일선을 지키던 김 회장은 지난해 폐암이 발견된 뒤 투병해왔다.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이듬해 월남한 뒤 목포에서 미곡 도매상을 하다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을 가 담배를 팔기도 했다. 휴전 후 상경해 서울 용산에서 찐빵 장사로 생계를 꾸렸던 그는 1960년대 후반 무역사업으로 큰 돈을 번 뒤 남산에서 취미로 시작한 배드민턴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40년 전인 1977년 동승통상(요넥스코리아의 전신)을 설립해 '스완'이라는 브랜드의 셔틀콕을 제조했다. 고인은 제대로 된 용품 없이는 경기력이 향상될 수 없다는 생각에 라켓, 셔틀콕, 의류 등 개선뿐 아니라 배드민턴 대표팀의 해외 전지훈련을 주선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반 동승통상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장기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재정적인 안정을 확보한 한국 배드민턴은 국제무대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고인은 자신의 아호를 딴 원천배 초등학교 배드민턴 대회를 20년 넘게 개최하며 이용대, 성지현, 유연성 등을 간판스타로 발굴했다. 2012년에는 강남구청이 남자 배드민턴 실업팀을 해체하자 새롭게 팀을 창단했다. 지난해 가을 경기 성남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국제대회 때는 불편한 몸에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한 '영원한 셔틀콕 키다리 아저씨'였다. 평소 그는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연못을 이룬다는 '적수성연(積水成淵)'을 강조했다. 2년 전 인터뷰에서 고인은 "정직, 노력, 봉사는 내 평생 철학이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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