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독기 품은 김상수 “자만했고, 자존심 상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1일 05시 30분


삼성 김상수(앞)가 9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TREX 트레이닝센터에서 이한일 대표(전 삼성 트레이너코치)와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삼성 김상수(앞)가 9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TREX 트레이닝센터에서 이한일 대표(전 삼성 트레이너코치)와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제가 안일했어요. 자만했죠. 자존심도 많이 상했습니다. 이제는 무조건 야구를 잘 해야 합니다.”

삼성 김상수(27)가 독기를 품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쉼 없이 담금질하며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한일 전 삼성 트레이너코치가 운영하고 있는 대구 TREX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하고 12월 초부터 나와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부상도 있었지만 야구를 너무 못했다. 이제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잘 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삼성 김상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김상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1990년생 대표

김상수는 야구 잘하는 1990년생들의 대표주자였다. 2009년 안치홍(KIA), 정수빈(두산), 오지환(LG) 등과 함께 프로 무대에 데뷔했지만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냈고, 가장 빠르게 KBO리그에 안착했다. 거칠 것이 없었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최근 2년간 오지환을 비롯해 김하성(넥센) 등이 유격수 부문에서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동안 그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나 있었다.

김상수는 “안일했다”고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좋은 감독님(류중일 감독)을 만나 늘 주전으로 뛰었고, 성적도 잘 나오다보니 자만했던 것 같다”며 “형들이 ‘넌 좀더 잘 할 수 있다’, ‘열심히 해라’, ‘좀더 집중하라’고 얘기해줬는데 그때는 그 말의 뜻이 뭔지 잘 몰랐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봐도 야구를 너무 못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자존심도 상했다. 우리나라에서 유격수를 논하면 항상 이름이 거론됐는데 전혀 언급이 안 됐다. 처음에는 자책감이 들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상수는 사실 그동안 넘어지지 않았던 게 이상할 정도로 전력질주만 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게 늘 그렇듯 항상 평탄할 수만은 없다. 시련에 봉착한 그는 좌절도 했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안일했던 시간을 반성하고 다시 일어나 정면 돌파를 하기로 결심했다. 말뿐만 아니었다. 다시 야구를 잘 하기 위해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준비에 돌입했다. 자청해 일본 오키나와로 마무리캠프를 떠났고, 12월 초부터는 개인적으로 몸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일에는 괌으로 넘어가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 김상수. 스포츠동아DB
삼성 김상수. 스포츠동아DB

● 몸무게 7㎏↑…주장 책임감까지 플러스

효과는 확실했다. 새해에 만난 김상수는 예전과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마른 몸(키 175㎝·몸무게 68㎏)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형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겨우내 체중을 무려 7㎏이나 늘렸다. 스스로 “나도 내가 살이 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변화다. 그는 “야구를 잘 하고 싶다. 말로만 하지 말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지난해 팀이 안 좋았으니까 팀도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가 달라지는 데는 책임감도 한몫했다. 김한수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은 뒤 그에게 2017시즌 주장을 맡겼다. “프로 9년차가 됐으니 이제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는 김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는 선임이었다. 김상수도 김 감독의 바람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내가 파란 유니폼을 입고 주장을 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감독님께서 선배들과 얘기를 해서 결정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주장 타이틀을 달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야구장에서나 야구 외적으로도 솔선수범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2017시즌 목표는 팀의 융합이다. 그는 “지금 선수단에서 내 위치가 딱 중간이다. 중간에서 잘 해서 어린 선수들과 형들을 뭉치게 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도 잘 하겠다. 그동안 다칠까봐 하지 못했던 도루도 과감하게 시도하고, 아프지 않고 144경기 풀타임 출장을 하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달라지는 모습 기대해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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