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톡 진단&전망] (10·끝) 두산-2017년엔 ‘성숙한 승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5시 30분


1995년 이후 21년만의 통합우승 쾌거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구축한 빈틈없는 전력
김태형 감독의 강단과 리더십을 바라보는 시선
6년차 외인 니퍼트를 둘러싼 딜레마는?
약이 된 2016년, 뭣이 중요한지 느꼈기를


스포츠동아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016시즌을 되돌아보고, 2017년과 그 이후를 전망하는 시리즈 ‘LIVE톡 진단&전망’을 연재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기사형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성으로 스포츠동아 야구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토해낸 내용을 편집 없이 날 것 그대로 담았다. 두산 담당 김영준·고봉준 기자가 이재국(차장), 이경호·홍재현·이명노·강산 기자를 대화창에 초청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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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만의 통합우승, 힘은 어디서 나왔나

고봉준(이하 봉)=어느덧 LIVE톡 마지막회입니다. 두산은 2016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KBO리그 역대 최다승(93승)에 이은 KS 전승우승은 두산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였는데요. 1995년 OB 시절 이후 21년만의 통합우승을 달성한 두산의 2016시즌 어떻게 보셨나요?

김영준(이하 준)=얼마 전 유행어였죠. 꽃길만 걸은 한 해였네요.

이명노(이하 노)=경기일지를 보니 144일 중에 단 7일 빼고 1위였네요. 그냥 완벽했습니다. 뭐 다른 말이 필요합니까ㅋㅋ

홍재현(이하 현)=모든 지표에서 상위권이에요. 방어율부터 득점~타점~타율에 이르기까지. 강팀이라는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어요. 특히 ‘판타스틱4’는 무적이었습니다. 그런 선발진 가지고 우승 못 하면 안 되죠.

강산(이하 산)=전력 면에선 거의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여름철 연패와 조금 헐거웠던 불펜을 제외하면요. 무엇보다 김현수(볼티모어) 공백이 전혀 안 느껴졌어요.

이재국(이하 국)=계산을 해도 계산대로 안 되는 게 야구인데, 계산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다 플러스가 된 시즌이었습니다.

노=144일 중 일주일 빼고 1위, 김태형 감독은 감독할 맛났겠네요.

준=시즌 전 김현수의 이탈, 외국인선수 마이클 보우덴과 닉 에반스의 미지수, 박건우와 김재환의 활약 여부 등 불확실성에 휩싸였던 모든 것이 최상의 결과로 나왔죠.

현=8월에 잠시 떨어졌을 때 우리도 위기라는 엄살을 떨었네요ㅎㅎ

노=2위로 떨어진 날은 8월에 단 이틀이었네요ㅋㅋ

이경호(이하 호)=김현수 공백은 김재환 박건우를 낳았죠. 허경민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요.

노=김현수 공백을 지우는 과정은 두산이 어떻게 그동안 걸어왔는지 보여준 적절한 사례 같아요. 항상 누가 빠져도 선순환이 이뤄졌는데 김현수 공백마저 박건우와 김재환으로 메웠네요.

준=가지고 있는 전력을 두산은 극대화했죠. 반면 다른 팀들은 다 결함을 드러냈고요.

봉=지금 언급된 선수들이 모두 20대라는 점도 중요한 듯 보입니다.

현=김태룡 단장이 설계를 잘 했어요. 오랫동안 야구단에 있으면서 선수단 설계를 참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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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의 빈틈없는 전력은 어디서 나왔나

봉=선수단 설계 이야기가 나왔네요. 앞서도 언급됐지만, 선수단 육성과 운영 면에선 두산이 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화수분 야구’ 역시 그 일환 중 하나였고요. 그 배경은 뭐라고 보시나요?

호=갑자기 한화 박종훈 단장 생각이 나네요. “미래의 외야수를 원하면 박건우, 내일 당장 백업이 필요하면 정수빈을 염두에 두어라.” 2009년 두산 2군 감독 때 한 말이죠. 참고로 박건우는 서울고 시절 3루수였어요. 외야수로서 떡잎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두산 입단 후 외야수로 바꿔 키웠죠.

현=계획을 세우고 팀을 만들어가는 건 최고로 평가할 수 있어요. 누가 빠져도 대안을 만들어놓는 대비를 잘 했죠. 누가 빠져도 공백이 없었어요.

국=두산 내에서도 박건우가 최상위권 클래스의 선수로 성장하고, 김재환이 이만큼 홈런 칠 줄 안 사람 있었을까요?ㅎㅎ

노=2군에서 선수 보는 눈도 정확했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육성해냈고요. ‘두산 웨이’라고 불러도 될 듯해요.

호=두산이 다른 9개 구단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 딱 2개 있어요. 단장도 평사원 출신, 사장도 평사원 출신. 그것도 야구단 평사원 출신이에요. 사장과 단장이 동시에 야구단에서 수십 년을 있었어요. 이런 팀이 없죠. 그러니까 이런 설계가 가능한거에요. 두산의 힘은 확실히 그런 시스템에서 나오는 부분이 있어요. 특히 구단 직원들 생각이 달라요. 일부 구단은 올라가봐야 부장이 끝이에요. 그러나 베어스 평사원은 사장을 꿈꿀 수 있죠.

현=밑에서부터 팀을 봐왔으니 얼마나 속속들이 잘 알겠습니까. 프런트 수뇌부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선수의 성향, 가족 관계까지 다 꿰고 있어요.

산=그만큼 팀을 잘 파악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수 있었어요. 두산이 항상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팀을 끌고 갈 수 있는 건 그런 힘 덕분이겠죠.

현=그게 엄청난 힘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따라갈 팀이 현재로선 없습니다.

봉=현장과 프런트의 융합이 잘 이뤄졌다는 말씀이시군요.

국=하지만 무조건 오래 있다고 좋은 건 아니죠. 자칫 엉뚱한 인물이 오래 자리를 잡고 있으면 구단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도 하죠.

현=그게 문제라고들 하죠. 너무 김태룡 단장의 힘으로만 이뤄지고 있어요.

노=빛과 그림자 정도로 보이네요. 그래도 결과는 나오니까 빛이 비추는 건 확실해보입니다 ㅎㅎ

준=그런데 두산은 판이 이렇게 짜인 이상, 김 단장을 극대화시키는 노선이 옳다고 봐요. 그룹에서도 김 단장을 야구단 출신 최초의 전무로 임명한 이유일 테고요.

국=너무 한쪽으로 중심이 잘못 쏠리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죠. 두산도 감독 선임 잘못해서 잠시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기도 했잖아요.

준=그래도 바로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죠. 이것도 프런트 힘이라면 힘이죠ㅎㅎ

산=빨리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꾀하는 모습은 눈여겨봐야 해요.

국=잘못된 건 빨리 인정하고 방향설정을 잘하면서 자칫 암흑기로 갈 수도 있었던 상황을 생각보다 빨리 수습하고 우승의 기틀을 잡았다고 봐야죠.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 카리스마로 무장한 ‘2년차’ 김태형 감독

봉=그럼 여기서 김태형 감독 이야기도 함께 해보겠습니다. 2년차 김 감독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호=배짱이 있어요. 특히 노경은 사건 때 확실히 드러났죠.

현=위트와 카리스마가 있죠. 선수단 장악 능력도 있고요.

노=선배들한테 잘 배웠어요. 리틀 김경문이라는 이야기를 괜히 듣는 게 아니죠. 그런데 버전은 또 달라요.

준=담당기자로서 1년을 지켜봤는데, 감독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거 같아요. 이런 부분은 보고 배운 것도 있지만 타고 나는 면이거든요.

현=그런데 야구계에선 이런 말도 나오더군요.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져봐야 진짜 김 감독을 알 수도 있다고.

호=단점은 성적이 부진할 때 나오겠죠. 소통능력과 같은 부분들이.

준=김 감독의 소통 스타일은 ‘대면보고’ 좋아합니다ㅎㅎ 누구 거치지 않고, 1:1로.

호=대면보고가 항상 좋지는 않죠. 노경은 사건 당시에 일어난 대면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했습니다. 감독이 선수에게 고압적인 언행으로 상대했다는 전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투수코치를 통해서 말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감독 마음이지만요.

준=노경은 사건은 이 한마디로 압축이 되죠. “나는 우승팀 감독이고, 노경은은 거기 속한 한 명의 투수다.” 사실 이 부분은 제가 볼 때는 김 감독이 노경은을 몰아붙였다기보다는 둘이 근본적 성향이 안 맞았어요.

현=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 또한 감독의 능력 아닐까요. 위기가 왔을 때 과연 김 감독의 그런 부분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호=감독은 때로는 선문답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말보다 눈빛이 더 좋을 때도 있어야하죠.

국=그러나 감독은 어차피 선택하는 자리라 모든 사람을 다 끌어안고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물론 주전과 백업 언저리에 있는 선수가 불만세력일 가능성이 크죠.

준=그 과정에서 안 맞는 사람을 어디까지 안고 가느냐는 문제죠. 결국 노경은을 풀어줬죠. 그걸로 끝난 거예요. 데리고 있으면서 괴롭히는 것보다 훨씬 나아 보여요.

호=선수들 모두 그런 생각을 하겠죠. 나도 야구 못하면 저 꼴 나는구나. 이미 불만도 많이들 나오고 있어요. 단 지금은 감독의 힘이 워낙 크고 성적이 좋으니 다 가려지고 있고요. 카리스마형 감독이 다 그런 위험요소가 있어요.

국=최대한 선수를 끌고 가야하지만 폭탄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습니다. 지금 봐도 김태형 감독과 두산은 노경은 사건을 잘 처리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경은 개인적으로도 어떻든 불편한 관계로 계속 갈 수도 없었고요. 아무튼 그때가 흔들릴 수도 있는 시기였는데, 두산은 문제없이 헤쳐 나왔어요. 그러면서 탄력을 받았고요.

산=김 감독도 초보 사령탑이니까, 시행착오를 겪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산 니퍼트. 스포츠동아DB
두산 니퍼트. 스포츠동아DB

● 몸값 논란으로 되짚어본 니퍼트의 무게감

봉=스토브리그 상황으로 넘어가보도록 하죠. 최대 관건은 6년차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입니다.

호=두산의 치명적인 단점은 외국인선수 교체 때 드러나요. 예비비가 많지 않은 구단입니다. 외인을 교체해야 할 시기가 오면 애를 먹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현=그나저나 니퍼트는 재계약한답니까? 얼마를 줘야하는 건가요.

호=총액이 문제가 아니라 옵션이 덕지덕지 붙을 건데….

산=견갑골 부상에 대한 안전장치도 있을 거고요.

노=니퍼트는 어느 정도의 위험성은 있다고 봐요. 올해의 건강을 계속 담보할 수도 없고요.

준=그런데 다른 걸 제쳐놓고 2016년 니퍼트의 퍼포먼스는 너무 압도적이었어요.

호=두산이 영리하다면 어차피 니퍼트는 두산 아니면 다른데서 그 돈 안줘요. 끝까지 버티다가 계약 해야죠. 외국인선수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계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니퍼트에게 얼마를 주느냐보다 니퍼트가 두산 외국인 예산 총액에서 얼마를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죠.

국=그렇다고 부상 위험을 생각해서 연봉 못 주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노=니퍼트를 잡긴 잡아야 하는데 위험을 감수하긴 부담되고. 고민이 많겠어요. 그래도 냉정하게 봐야 돼요. 미래가치까지.

현=내년 전력구성에 있어서 니퍼트가 빠지면 타격이 큰데 솔직히 몸 상태나 나이를 고려하면 걸림돌도 있어요. KIA 헥터 노에시가 170만 달러에 옵션이 포함돼 있으니까 200만 달러 정도는 줘야하지 않을까요.

준=아무튼 두산은 니퍼트가 필요해요. 여론을 봐서도 더욱 그렇고요. 단 200만 달러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그 아래에서 해보려고 할 거 같아요.

국=헥터보다 덜 주기는 쉽지 않을 듯해요. 그리고 헥터 역시 그 금액에 그대로 계약했는지 안했는지는 외국인선수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현=두산이 그동안 니퍼트한테 들인 공은 어마어마해요. 단장과 사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서 계약서를 내밀기도 했죠. 니퍼트도 현재 미국으로 진출하기도 힘들고, 두산에 남고 싶어할 건데 문제는 가격이라고 봅니다.

두산 팬페스트.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두산 팬페스트.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 약이 된 2016년, 뭣이 중요한지 느꼈기를

봉=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두산은 통합우승팀이었음에도 우승 이후 팬들의 질타를 받은 사건이 몇 건 있었습니다.

노=그 시작은 ‘진야곱 진실게임’이었죠.

준=담당기자로서 두산 프런트가 갑갑한 부분이, 참 거짓을 떠나 이런 일이 생기면 묵비권 행사에 들어가요. 무슨 우승팀이 우승 이후 사과문을 4장 씁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

노=오랜 경험을 통해 그게 낫다고 보는 거 아닐까요ㅎ

준=진야곱 진실게임은 정말 할말이 없는 사건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번 세게 맞고 끝날 일을 엄한데다가 물 타려다가,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어요. 두산 프런트 전체가 반성해야 될 일이에요.

호=팬페스트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봉=한 선수는 팬들의 사인요청에 무책임하게 대응했고, 다른 한두 명은 행사도중 자리를 비운 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지만요.

국=이 문제는 두산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가 팬서비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호=데릭 지터(뉴욕 양키스)가 홈경기 때마다 하는 일이 스카이박스 돌아다니면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걸로 유명했죠. 시즌이 끝나면 시즌권 회원들에게 카드도 보내고 전화도 돌리고요.

현=맞습니다. 프로야구는 팬들 덕분에 있는 건데 이에 대한 선수들의 자각 자체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팬이 없으면 프로야구는 망합니다. 지금 팬들이 사랑해준다고 이 사랑이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최근 팬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선수도 물론 많습니다. 그런데 FA 몸값이라든지 대우가 좋아지면서 그냥 선수 자신들이 잘해서 연봉 오르는 줄 아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성숙한 의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말뿐만이 아니라 구장을 찾아와주는 팬들 덕분에 야구선수가 그 돈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봉=그럼 이쯤에서 한줄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호=영원한 제국은 없다. 우승보다 백배 천배 소중한건 팬들의 사랑!

산=야구 1등 두산, 팬서비스도 1등 하자!

준=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답니다. 그러니 겸손하세요.

현=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라. 억대 연봉은 팬들 덕분이다.

노=왕조의 길을 걷는 두산이여, 야구만 잘하는 게 정도는 아니다. 성숙함 없인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국=자만은 금물. 두산은 아직 왕조를 이루지 않았다. 최소 3연패를 해야 남들이 토를 달지 못하는 진정한 왕조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봉=넵. 이로써 라이브톡 최종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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