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 피팅센터의 하루…“우즈가 친다는 M2 써 봤어?” “그렇게 거리가 많이 난다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5시 45분


프로골퍼들에게 장비는 이듬해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한 가장 큰 무기다. 왼쪽 상단부터 서울 신사동 테일러메이드코리아 피팅센터에서 드라이버를 고른 뒤 클럽 테스트를 위해 스윙을 해보고 있는 김비오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변진재(왼쪽). 사진제공 ㅣ 테일러메이드코리아
프로골퍼들에게 장비는 이듬해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한 가장 큰 무기다. 왼쪽 상단부터 서울 신사동 테일러메이드코리아 피팅센터에서 드라이버를 고른 뒤 클럽 테스트를 위해 스윙을 해보고 있는 김비오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변진재(왼쪽). 사진제공 ㅣ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새 장비 마련 나선 골퍼들로 ‘북적북적’
1차 테스트 후 제작된 클럽 2차 테스트
자신의 스윙에 가장 잘 맞는 클럽 선택
훈련장소 등 ‘정보 공유의 장’이 되기도


프로골퍼에게 겨울은 휴식의 시간이다. 1년 내내 지친 몸을 추스를 수 있는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하지만 마냥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시즌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가다듬고 새로 손에 쥘 장비를 만들어야 하는 준비의 기간이기도 하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테일러메이드의 피팅센터 ‘퍼포먼스 랩’은 하루 종일 북적인다. 21일에는 2016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최진호(32·현대제철)를 비롯해 SK텔레콤오픈 우승자 이상희(24·테일러메이드), 장타왕 김봉섭(33·휴셈) 등이 새 장비를 만들기 위해 찾아왔다. 22일에는 김비오(26·SK텔레콤)와 변진재(27), 김자영(25) 등이 피팅을 하며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 완벽한 클럽 완성까지 테스트 또 테스트

“M2 쳐봤어? 타이거 우즈도 이거 친다며?”

“아직 못 쳐봤어. 이게 그렇게 거리가 많이 난다는데 오늘 한 번 쳐보려고.”

최진호와 김봉섭이 얼마 전 새로 출시된 드라이버에 관심을 보이며 피터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잠시 후 먼저 클럽테스트를 마친 이상희가 “확실히 지난 제품보다는 좋은 것 같다”며 거들었다.

선수들에게 클럽은 필드에서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다.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을 때 실력을 100% 발휘하며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만큼 클럽 선택은 신중하게 진행된다. 한 번에 결정되는 일은 거의 없고 적어도 두 번, 많게는 서너 차례 테스트를 거친 뒤 만족할 만한 클럽을 손에 쥔다. 프로들은 헤드의 모양과 로프트 등은 물론 그립의 무게, 끼우는 방식까지도 자신에게 꼭 맞는 걸 원한다. 대충이라는 건 없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클럽을 만들어 주는 피터는 겨울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하루에서 4∼5명씩 다녀가기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박정현 테일러메이드코리아 팀장은 “테스트를 통해 1차로 클럽을 받아 가면 10명 중 7명 정도는 만족하는 편이고, 3명 정도는 다시 방문한다. 클럽 선택에 까다롭다기보다는 더 완벽한 클럽을 원해서다”고 말했다.

이날도 박 팀장은 온종일 분주했다. 피팅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클럽을 만들고, 장비와 부속품이 부족하면 즉각 전화로 주문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의 피팅 시간은 대략 1시간 남짓. 이렇게 3∼4명의 선수들에게 클럽을 만들어주고 나면 어느덧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프로들의 클럽테스트는 일반 아마추어 골퍼와 조금 다르다. 프로들은 1차 신제품 시타 후 2차로 제작된 클럽으로 재차 테스트를 거친다. 시타 과정은 론치모니터를 통해 측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대부분 클럽 1개 당 5∼10회씩 시타를 하고, 그런 과정을 최소 5∼10회 정도 거치면서 가장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클럽을 선택한다. 중요한 건, 클럽에 스윙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윙에 가장 잘 맞는 클럽을 찾는다. 반면 아마추어 골퍼는 1차로 스윙을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데이터를 종합해 가장 적당한 클럽을 선택한다.

피팅 후 김비오(오른쪽)가 클럽을 만들어 준 박정현 테일러메이드 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테일러메이드코리아
피팅 후 김비오(오른쪽)가 클럽을 만들어 준 박정현 테일러메이드 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테일러메이드코리아

● 정보 나누면서 다음 시즌 기약

1차로 테스트를 끝낸 최진호와 김봉섭, 이상희가 대기실에 앉아 클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요즘 어디서 연습해?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연습도 제대로 못하겠어.”

최진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봉섭은 “나는 스크린연습장에 다녀. 집 근처라 편하고 조용히 연습하기는 그만이야”라며 웃었다. 그러자 막내 이상희가 “저는 용인에 있는 돔 연습장에 다니는데 연습하기에 그만입니다. 실내연습장이지만 거리도 약 50∼60m 정도 되고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될 만큼 따뜻해서 연습하기엔 딱이죠”라고 말했다. 순간 최진호의 귀가 쫑긋했다. 추위 걱정없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후배의 따끈따끈한 정보에 “그런 곳이 있어? 어디에 있는데?”라며 캐물었다.

겨울동안 땀을 흘릴 훈련장소도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정보다. 프로들은 해마다 겨울이면 1∼2개월씩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연습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장소는 선수들이 몰리기도 한다. 이상희는 하와이, 최진호는 미국 캘리포니아, 김봉섭은 태국으로 올해의 전지훈련 장소를 정했다.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이상희와 김봉섭이 최진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올해 KPGA 투어 상금왕과 대상을 수상한 최진호는 내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에서 열리는 PGA 투어 제네시스오픈 출전 기회를 얻었다. 아직 PGA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상희와 김봉섭에게는 그저 부럽기만 한 일이다.

1시간 남짓 시간이 흐르자 박 팀장이 선수들의 클럽을 가지고 나왔다. 새로 맞춘 드라이버를 받아든 최진호와 김봉섭, 이상희는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짧은 작별인사를 한 뒤 각자의 길로 향했다. 내년 시즌을 위한 첫 발을 떼는 순간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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