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인삼공사, 꼴찌에서 1등까지 가능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7일 05시 30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역사상 직전 시즌 꼴찌팀이 이듬해 1위가 된 케이스는 딱 한 번 있었다. 원년인 2005시즌 꼴찌팀 흥국생명이 2005~2006시즌 일약 우승을 차지했다. 이 변화는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체)이라는 불세출의 선수가 입단했기에 가능했다. 꼴찌를 한 덕분(?)에 김연경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찍은 흥국생명은 3차례에 걸쳐 V리그를 평정하며 왕조를 건설했다.

그러나 이런 특별한 선수 없이 꼴찌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팀이 2016~2017시즌 V리그에 나타났다. 최근 4시즌 동안 3차례에 걸쳐 꼴찌를 한 인삼공사가 ‘동화’의 주인공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인삼공사는 대형투자 없이 이 기적을 이뤄가고 있다.

인삼공사는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을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22)으로 잡아내며 3연승을 달렸다. 승점 17(6승5패)로 3위 현대건설(승점 17)에 세트득실률에서 밀릴 뿐이다.

시즌 개막 후 3연패를 당하는 등, 1라운드 1승4패로 밀릴 적만 해도, KOVO컵 준우승 돌풍은 그저 잠깐의 이변인 줄 알았다. 그러나 2라운드 4승1패의 반전을 이뤘고, 3라운드 첫 경기 GS칼텍스전도 승리로 출발했다. 2라운드 이후 유일하게 인삼공사를 잡은 팀은 최강 IBK기업은행뿐이다.

KGC 인삼공사 서남원 감독. 장충|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GC 인삼공사 서남원 감독. 장충|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인삼공사의 변화는 ‘창조적 파괴’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설계자는 새로 부임한 서남원 감독이다. 서 감독은 2시즌 연속 꼴찌팀이었던 인삼공사의 기존 틀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짰다. 주력선수였던 이연주, 백목화를 잡지 않는 등, 리베로 김해란을 제외한 포지션 플레이어 6명을 전부 바꾸다시피 했다.

세터였던 한수지를 센터로, 리베로였던 최수빈은 레프트 공격수로 바꿨다. IBK기업은행에서 센터 유희옥을 트레이드 영입해 센터 라인을 개혁했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 레프트 지민경을 바로 주전 기용했다. 은퇴의 기로에 섰던 이재은을 설득해 주전 세터로 중용했다. 마지막 퍼즐은 대체 외국인선수 알레나였다. 트라이아웃 1순위 미들본이 임신으로 낙마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서 감독은 알레나를 찍었는데, 공격종합 1위라는 대박이 났다.

원래 인삼공사는 수비가 끈끈한 팀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알레나라는 해결사가 나타나 인삼공사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알레나는 GS칼텍스전에서도 30득점(공격성공률 50%)을 기록했다. 이선구 감독 자진사퇴 이후 표류하는 GS칼텍스를 3연패로 밀어 넣었다.

장기 레이스에서 알레나의 체력 문제가 관건이다. 그러나 지난시즌 7승(23패)밖에 못한 인삼공사가 벌써 6승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반란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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