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고! 카라스키야” “형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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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카라스키야 17년만에 재회 “洪에게 진 덕분에 국회의원 됐죠”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왼쪽)이 9일 엑토르 카라스키야(현 파나마 국회의원)와 만나 글러브를 끼고 과거의 치열했던 승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왼쪽)이 9일 엑토르 카라스키야(현 파나마 국회의원)와 만나 글러브를 끼고 과거의 치열했던 승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9년 전 링 위에서처럼 노려봤지만 매서운 눈빛은 오래가지 못했다.

젊은 날의 모습 대신 주름이 진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했을까. 금세 웃음이 새어나왔다. ‘4전 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66)이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복싱장에서 당시 맞수였던 ‘지옥에서 온 악마’ 엑토르 카라스키야(56)를 만났다. 두 사람은 1999년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뒤 17년 만에 재회했다.

이날 홍 회장은 카라스키야를 보자마자 “아미고(친구)”라고 외쳤고, 카라스키야는 활짝 웃으며 홍 회장을 끌어안았다. 그는 이날 서툰 한국어로 홍 회장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1977년 11월 27일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고, 홍 회장이 4번 다운된 후 5번째 일어나 KO로 이겼다.

홍 회장은 “당시 17세였던 카라스키야는 참 예뻤다. 젊기도 했지만 좀처럼 맞지 않아 얼굴이 깨끗했다는 얘기”라며 “그런 얼굴을 보며 ‘어려운 경기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카라스키야는 패배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1981년 은퇴해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 그는 파나마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홍 회장은 “그는 패배 뒤에 계속 도전하며 참된 복싱 정신을 보여 줬다. 링 위에서는 내가 챔피언이었지만 인생에서는 그가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권투#홍수환#카라스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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