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안일한 테이블세터 전략이 부른 실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9일 1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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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SK는 ‘홈런의 팀’이다. 29일까지 153홈런을 터뜨려 부동의 팀홈런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 홈런은 5강 싸움을 하는 SK를 지탱한 힘이었다.

그러나 홈런의 힘이 약한 건 문제다. SK가 153개의 홈런으로 만든 점수는 250점이다. 솔로홈런이 85개로 전체 홈런의 절반이 넘는 55.6%에 이른다. 홈런은 1위지만, 팀타점 부문에선 586개로 고작 8위에 불과하다. 홈런 2~4위 팀인 두산(146개)·NC(143개)·KIA(142개)는 각각 타점 718개, 656개, 638개로 팀타점 1~3위에 올라있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중심타선의 막강한 파괴력에도 이처럼 심각하게 득점력이 떨어진 건 ‘밥상’이 차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SK는 1번타자 타율이 0.266으로 10개 구단 중 꼴찌다. 출루율 역시 0.317에 그치며 최하위다.

SK에서 1번타자로 가장 많이 나선 건 헥터 고메즈다. 그러나 고메즈는 ‘출루형 타자’가 아니다. 공격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지적받을 정도였으니, 고메즈의 1번 기용은 고육지책이었다. 고메즈의 타율은 0.280, 출루율은 0.319에 그치고 있다.

SK로선 테이블세터 붕괴의 도화선이 된 이명기의 부진이 믿기 싫을 뿐이다. 지난해 생애 첫 풀타임을 뛰며 137경기서 타율 0.315에 22도루로 새 리드오프가 된 이명기는 올해 부진을 거듭했다. 86경기서 타율 0.258에 12도루, 출루율도 지난해 0.397에서 올해 0.324로 떨어졌다. 27일엔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2번 타순도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SK의 2번타자 타율은 0.283으로 7위, 출루율은 0.344로 최하위다. 1·2번 테이블세터가 동시에 무너진 셈이다. 김용희 감독은 ‘강한 2번타자’를 주창하며 고메즈나 김강민의 2번 기용을 염두에 뒀으나, 1번 타순이 꼬이면서 2번 계획도 틀어졌다. 결국 2번 타순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 35경기에 나선 박재상이 최다출장 선수로 이름을 올릴 정도다.

테이블세터가 밥상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면서 홈런, 그것도 점수가 적은 홈런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뻥야구’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라인업 실패에 대한 대안이 없던 게 아쉽다. 과연 SK가 위기를 극복하고 5강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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