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를 춤추게 한 ‘김기태의 고맙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일 05시 45분


현역 시절 ‘보스’로 불리던 KIA 김기태 감독(오른쪽)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형님’이란 수식어를 하나 더 달았다. 약체로 불린 KIA는 최근 김 감독의 ‘칭찬 리더십’으로 올 시즌 최다 연승을 달렸다. 김 감독이 29일 광주 LG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이범호를 포옹하고 있다.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현역 시절 ‘보스’로 불리던 KIA 김기태 감독(오른쪽)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형님’이란 수식어를 하나 더 달았다. 약체로 불린 KIA는 최근 김 감독의 ‘칭찬 리더십’으로 올 시즌 최다 연승을 달렸다. 김 감독이 29일 광주 LG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이범호를 포옹하고 있다.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김기태 감독의 칭찬 리더십

베테랑 이범호·최영필 헌신에
전 경기 출장 김주찬 투혼에도
뒤받쳐주는 백업선수들에까지


KIA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 카리스마가 넘치는 선수였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지도자가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카리스마’ 앞에 ‘형님’이라는 한 단어가 더 붙었다.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장난을 치는 친근한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감정 표현에도 솔직하다. 일례로 김 감독은 6월29일 광주 LG전에서 9회말 끝내기안타로 팀의 6연승을 이끈 이범호를 끌어안으며 감사인사를 대신 했다. 비단 주장뿐 아니다. 표현방식이 다를 뿐 선수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록 30일 패하면서 연승은 ‘6’에서 멈췄지만 KIA 상승세에는 김 감독표 ‘칭찬 리더십’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식 칭찬에 춤추는 선수들

김 감독은 최영필을 “2승투수”라고 부른다. 최영필은 올 시즌 1승2패를 기록 중이다. 6월28일 광주 LG전에서 선발등판해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승의 발판을 마련한 최영필에게 “2승투수”라는 말로 그의 노고를 높이 샀다. “불펜투수가 선발로 던지는 게 쉽지 않은데 (최)영필이가 베테랑으로서 희생해주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유리몸’이라는 오명을 벗고 전 경기 출장 중인 김주찬에게도 슬쩍 다가가 “고맙고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건넸다. 이런 일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 감독이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면 힘이 날 수밖에 없다. 실제 긴 레이스를 보내고 있는 KIA 선수들에게 김 감독의 격려는 지친 몸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내가 걸어온 길 돌아보며 정답 찾는 감독

물론 김 감독도 ‘사람’이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러나 사령탑의 한 마디가 선수단에 미치는 파급력을 잘 알기에 행동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김 감독은 “감독이 돼보니까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더라”며 웃고는 “가끔 선수들의 행동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먼저 돌아본다. 나 역시 혈기왕성한 나이 때는 저랬기 때문에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래저래 쌓인 스트레스는 경기 후 마시는 한두 잔의 술로 털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형님’으로 돌아와 선수들을 마음으로 안는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각자의 성향이 있다. 지도 방식도 다르고, 여기에는 정답도 없다. 김 감독 역시 자신의 스타일대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칭찬 리더십이 불러오는 긍정적 효과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끝까지 용기를 북돋워주는 김 감독의 진심에 KIA 선수들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는 치열해진 중위권 싸움에 뛰어든 KIA의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

광주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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