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아우라엔 위트가 흘러넘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4일 05시 45분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유머러스한 남자 오승환

“안타 하나 쳐야 하는데…저, 5할 타자예요”
“또 도핑테스트…어딜 가나 내가 꼭 걸린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34·사진)은 진중한 이미지와 달리 의외로 말에 위트가 있다. 시종일관 모범답안을 비켜가지 않는 화법을 구사하는 듯하지만 행간에 의표를 찌르는 유머를 섞곤 한다. 표정 변화 없이 예상 밖의 말을 꺼내 처음에는 상대가 농담인지조차 모르도록 만드는 그 나름의 매력이다.

● ‘5할타자’ 오승환의 안타 욕망

오승환은 지난주 애틀랜타 원정 기간, 불쑥 “메이저리그에서도 안타 하나를 쳐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저, 5할 타자예요”라고 자랑(?)까지 했다.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라 타석에 설 일이 없었다. KBO리그 삼성 시절, 단 한 번도 타석에 서지 않았다.

역시 2년(2014∼2015년)간 마무리를 맡았던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신이 지명타자 없이 투수가 타석에 서는 센트럴리그라 그나마 2번 타격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오승환은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타율 5할이니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데뷔전, 첫 삼진, 첫 승 등 필승 불펜조로서 해볼 것은 다해보고 있다. 이제 몇 안 남은 미개척지가 안타인데 과연 그날이 언제일까?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들의 훈련 스케줄을 살펴보면 단기간에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세인트루이스는 투수가 타석에 서는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다. 그래서 선발투수들은 타격연습을 마지막 조에서 실시한다. 그러나 불펜투수들은 예외다. 타격 연습이 아예 없다. 실제 오승환은 가볍게 캐치볼을 마친 뒤, 훈련 종료까지 계속 외야에 머물러 있었다. 훈련이 자율적인 메이저리그라 딱히 하는 것이 없었다. 애틀랜타 날씨가 꽤나 쌀쌀했음에도 오승환은 외야에서 투수들의 타격훈련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가서도 어김없는 도핑 징크스

돌부처라는 애칭을 들을 정도로 상황에 따른 동요를 드러내지 않는 오승환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마운드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귀가 빨개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오승환도 잘 알고 있었다. 13일(한국시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방어율 0의 위엄을 발휘하고 있지만 볼넷 탓에 애를 먹은 게임도 없지 않았다.

특히 4일 피츠버그와의 데뷔전은 추위와 긴장이 겹쳐 더욱 힘겨웠다. 그러나 오승환은 “여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귀가 빨개지지 않는다”고 농담 아닌 듯 농담을 건넸다.

10일 애틀랜타전이 끝난 직후 클럽하우스에서 유독 오승환은 바빴다. 무작위로 걸리는 도핑 테스트에 걸린 것이다. 오승환은 따로 인터뷰 시간을 내기 힘든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어디를 가나 이런 것은 꼭 내가 걸린다”라고 새삼스럽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참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는 오승환의 여정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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