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방망이… 부담 너무 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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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6경기서 18타수 무안타… 주위 기대가 압박감으로 작용한 듯
국내서도 큰 무대 약한 징크스 보여… 허구연 위원 “시간이 약, 곧 적응할것”

볼티모어 김현수(28)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대지에는 어느덧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얼어붙은 그의 방망이는 좀처럼 녹을 줄 모른다.

김현수는 8일 미국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에 7번 좌익수로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6경기째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그의 기록은 18타수 무안타다. 타율이 0일 뿐 아니라 볼넷도 없어 출루율도 0이다. 경기 후 김현수는 “오늘 모두 땅볼이었지만 내 스윙을 했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볼티모어 코칭스태프는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이날 김현수를 처음으로 하위 타순에 배치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현수의 부진은 심리적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구안이 뛰어난 김현수는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 리그 출신 선수 중 가장 적응력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오히려 그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병호(미네소타)와 이대호(시애틀)가 홈런을 날리는 등 차츰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김현수는 더욱 초조해졌을 수 있다. 김현수는 국내에서도 주위의 관심이 집중되는 큰 무대에서는 부진했던 징크스가 있다. 포스트 시즌에서 16타석 이상 연속 무안타에 그친 적도 3차례 있었고, 20타석 무안타도 기록했었다.

KBO 리그 현대에서 뛰었던 볼티모어 스콧 쿨바 코치는 “환경이 바뀌고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김현수는)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김현수를 지켜본 허구연 해설위원도 “박병호, 이대호보다는 김현수의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 스윙을 짧게 하면서 감을 찾아야 한다. 여유를 가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날 시범경기에 들어간 KBO 리그 감독들도 김현수에게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빨리 안타를 쳐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안 좋은 공에도 방망이가 나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안 좋을 때도 그랬다”며 “적응 단계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지 않기를 바란다. 경험이 많아 잘 극복할 것이다. 한번 맞으면 살벌하게 터질 것”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NC 김경문 감독 역시 “(벅 쇼월터 감독이) 계속 기회를 주니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새러소타=문상열 통신원
#김현수#볼티모어#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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