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스포츠클럽 전국 10만개… ‘동네 새싹’ 키워 국가대표로

이진구 기자 입력 2016-03-03 03:00수정 2016-03-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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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체육회 27일 공식 출범]<中>뿌리부터 관리하는 선진국 시스템
전국에 10만 개가 넘는 각종 종목의 스포츠클럽이 있는 독일은 말 그대로 생활체육의 메카다. 축구 스포츠클럽에 소속된 여자 어린이들이 남학생들과의 경기를 앞두고 심판에게서 주의 사항을 듣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 제공
《 주요 선진국들의 체육 시스템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돼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미국 영국 호주처럼 전문체육단체와 생활체육단체가 나뉘어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엘리트, 생활체육단체가 통합되지 않고 분리된 곳이라도 내용적으로는 전문체육단체와 생활체육단체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공생하는 곳이 많다. 특히 체육단체는 통합하지 않았지만 철저한 학사 관리로 운동선수와 학생을 분리하지 않는 미국의 시스템은 선수와 학생이 유리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
○ 통합으로 효율화를 추구하는 독일과 프랑스

한국이 통합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06년 5월 엘리트체육단체인 독일올림픽위원회와 생활체육단체인 독일스포츠연맹이 독일체육회(DOSB·Deutscher Olympischer Sport Bund)로 통합됐다.

체육단체 통합의 이점으로는 인재 선발 시스템의 효율화가 가장 먼저 꼽힌다. 통합 전에는 국가대표 선발 때 해당 종목이 올림픽 종목이면 올림픽위원회에서, 비올림픽 종목이면 스포츠연맹에서 담당했다. 따라서 같은 일을 서로 다른 기관과 담당자가 하느라 업무와 인력의 낭비가 많았다. 하지만 통합 후에는 이 같은 비효율이 사라지고, 체육 정책을 펼 때도 이전처럼 두 단체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어져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해졌다.

프랑스는 1972년 각 체육단체를 통합해 ‘프랑스 올림픽 및 스포츠 전국위원회(CNOSF·Comit´e National Olympique et Sportif Fran¤ais·프랑스올림픽체육위원회)’를 발족했다. 프랑스올림픽체육위원회는 프랑스 내 체육단체와 경기단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기관으로 올림픽·비올림픽 및 학교 체육단체 등 100여 개의 회원 단체로 구성돼 있다. 프랑스올림픽체육위원회는 △공공기관이나 공식기구에서 프랑스 스포츠를 대표 △올림픽 스포츠 규정의 준수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 선발과 참가 보장을 위한 준비 협력 △사회적 차원에서의 스포츠 활동의 진흥 △가입된 스포츠 협회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제공 등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전반을 포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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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경우 1914년 통합 체육기구로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Comitato Olimpico Nazionale Italiano)가 발족했다. 45개 국가 스포츠 협회, 19개 스포츠 협력 기구, 17개 상업 스포츠 전문 기구, 1개 스포츠 특별 전문 기구, 19개 스포츠 개선 전문 기구와 9만5000여 개에 달하는 스포츠클럽, 1100만여 명의 엘리트 및 생활체육 선수를 관리한다. 이 기구는 토토 사업권을 통해 자체 재정을 확립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진국 체육시스템의 특징은 ‘선수 육성’이 중심인 우리와 달리 ‘즐기는 체육’이 먼저라는 점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뉴질랜드에서 어린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신발도 신지 않고 농구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국민생활체육회 제공
○ 생활체육에서 배출되는 엘리트 선수

독일은 전국에 10만여 개의 각종 스포츠클럽이 활동하는, 세계에서 스포츠클럽이 가장 체계적이고 전국적으로 발달된 나라다.

독일은 통합 이전부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체제였지만 통합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지역 클럽(생활체육)에서 운동을 즐기면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대회에 나가 두각을 나타내면 ‘란더스카다(베스트팀)’에 속해 좀 더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면 ‘분데스카다(엘리트체육)’에 선발돼 최상급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국가대표 선발 인재풀이 생활체육으로까지 넓어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독일의 스포츠 활동이 비영리 민간단체인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학교는 생활체육이나 엘리트체육에 특별히 개입하지 않는다. 한국이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는 데 학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는 달리 독일에서는 클럽에서만 잘하면 얼마든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또 이런 유기적 관계로 국가대표 출신 등 우수 선수들이 다시 생활체육으로 돌아와 후진을 양성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자연스럽게 은퇴 선수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생활체육의 수준 향상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각 체육 종목 클럽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을 전문 선수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종목별 체육협회는 클럽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이는 선수를 선발해 대회에 출전시킨다. 프랑스올림픽위원회와 종목별 중앙체육협회는 각 지역에 설치한 위원회를 통해 전문 선수를 선발하고 양성한다.

프랑스의 학교체육은 신체 연마와 함께 스포츠·예술 활동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종목을 경험해 보도록 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보충한다. 특히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은 수업이 있는 평일 방과 후 오후 4∼6시에 이뤄지는 활동과 수업이 없는 수요일(프랑스 초등학교는 수요일 수업이 없다) 활동, 주말 및 단기방학 등에 하는 ‘아틀리에 블뢰(Ateliers bleus)’ 중심으로 이뤄진다. 아틀리에 블뢰는 다른 예능 활동도 있지만 90% 이상이 체육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파리에만 200개가 넘는 초등학교에 무려 1200개 이상 스포츠 분야의 아틀리에 블뢰가 열려 있다. 종목도 다양해서 수영 무용 테니스 등에서부터 승마 펜싱 동양무술 등 쉽게 배우기 힘든 분야까지 다양하다.

○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

독일은 통합 기구인 독일체육회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각 주의 문화부가 학교체육을 담당한다. 독일에서 학교체육은 교과목 이상의 의미는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 정부의 체육 정책 목표는 생활체육 진흥과 엘리트체육 육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기술적 지원은 스포츠 조직(클럽 포함)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을 때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연방·지방정부 모두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경우 중앙정부는 엘리트체육 행정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프랑스올림픽체육위원회가 체육협회와 함께 엘리트체육 육성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는 엘리트체육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 체육부 직속의 체육담당국을 시도에 설치해 지역 단위의 엘리트체육을 위한 행정과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반면 생활체육은 지방자치단체의 체육클럽을 중심으로 육성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엘리트체육이 아닌 지역체육 진흥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며, 이는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체육관, 수영장 등 지역 체육시설의 건립, 체육클럽에 대한 지원, 체육클럽의 시설 유지에 대한 지원 등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프랑스 스포츠 행정의 특징은 스포츠를 사생활 분야로만 보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민 개개인이 충분한 스포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실내 수영장의 경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동네마다 설립해 주민들이 언제 어느 때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두 개 시설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과는 삶의 질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체육활동이 이뤄지는 일본의 체육관. 국민생활체육회 제공
○ 철저한 학사관리로 운동과 공부를 통합한 미국

미국은 스포츠단체가 통합돼 있지 않고 올림픽과 관련된 전문체육 분야는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United States Olympic Committee)가, 그 밖의 생활체육은 주 정부 단위의 다양한 단체들이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외형적으로는 각 체육단체가 분리돼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절묘하게 결합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s Associations)와 미국고교체육연맹(NFHS·National Federation of State High School Association)은 자칫 서로 따로 놀기 쉬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유기적으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NCAA는 미국과 캐나다 내 수많은 대학들의 운동 경기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비영리 단체다. 미식축구, 농구 등 주요 종목의 미국 프로구단들은 대부분 NCAA 소속 대학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한다. NCAA는 최저학력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실력이 뛰어나도 4.0 만점에 2.0 이상의 학점을 받지 못하면 출전 자격을 박탈한다. 고교에서 학업 성적이 안 되면 대학에 진학할 수도 없다. 둘의 유기적 관계는 NCAA가 대학 진학 규칙을 정하면, 곧바로 NFHS가 고교 스포츠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학생 선수들에 대한 NCAA와 NFHS의 철저한 학사관리는 미국 체육이 전문체육에만 매몰되지 않고 ‘스포츠를 통한 건전한 시민 양성’이라는 생활체육의 중요한 목적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어려서부터 오직 운동에만 매몰돼 성공하지 못할 경우 생활인으로서 생존이 쉽지 않은 한국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영화에도 자주 나오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의 운동경기를 함께 구경하며 응원하고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포츠가 엘리트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것. 반면 한국에서는 운동은 전문선수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해 일정 나이가 되면 대부분 스포츠를 중단하고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반대로 공부를 접고 운동만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체육계에서는 “통합체육의 모델은 독일식을 추구하더라도 미국처럼 공부와 운동을 분리하지 않고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이라고 조언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생활체육#엘리트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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