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선수들 자율적 플레이가 창의적 플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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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24승8패, 승점 69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7일 구미 KB손해보험전 승리로 14연승 행진도 이어갔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아직도 1위가 실감나지 않는다.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스포츠동아DB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24승8패, 승점 69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7일 구미 KB손해보험전 승리로 14연승 행진도 이어갔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아직도 1위가 실감나지 않는다.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스포츠동아DB
■ V리그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인터뷰

여오현 후위 연결·노재욱 언더핸드 속공 등
틀만 정해주니 창의적인 플레이 연습 또 연습
자료영상도 주며 “스스로 해봐라” 동기부여


KB손해보험과의 구미 원정경기를 마치고 천안 숙소로 돌아온 현대캐피탈 최태웅(40) 감독과 18일 오전 전화 연락을 했다. ‘승리를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내자 즉시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전화에서 바람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으로 봐서 전날 경기의 피로를 풀기 위해 훈련장 주변을 산책하는 모양이었다. 다음은 최 감독과의 일문일답.

-최근 2경기에선 작전타임을 한 번도 쓰지 않을 정도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완벽했는데.

“선수들끼리 서로의 믿음이 강해진 것 같다. 사실 시즌 전만 해도 지금처럼 우리 선수들이 이처럼 잘해줄지 몰랐다. 우리 선수들이 갈수록 스스로 진화하는 느낌이다.”

-15일 대한항공과의 경기 후 ‘이번 시즌 들어 플레이가 가장 완벽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 여오현 코치가 후위에서 최민호에게 속공으로 연결한 장면을 포함해 한두 개 창의적인 장면이 나왔다. 그동안 여 코치가 연습 때는 이런 연결을 잘했는데, 경기에선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실전에 하지 않으려면 왜 연습을 하냐고’고 했고, 마침내 성공시켰다. 17일 KB손해보험전 때는 노재욱이 언더핸드로 속공을 연결했다. 이런 것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모든 선수들이 서로 믿고 연결하고 점프하면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믿음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궁금했는데 훈련 때 잘하지만 실전에서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실패의 두려움 때문인가.

“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해서 그럴 수도 있고, 평소 훈련을 해놓지 않으면 순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동안 선수들이 가진 기량은 충분했는데 경기장에서 제약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감독이 된 이후 기준과 틀만 정해놓고 선수들이 스스로 그에 맞춰서 자율적으로 플레이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지도자로부터 지시만 받아온 선수들이 자발적인 플레이를 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선수들의 고정관념이 강했다. 그것을 깨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에게 ‘해봐라.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미리 판단하느냐. 해보고 나서 얘기해라’고 했다(최 감독의 말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명언을 연상시켰다. 최 감독은 그 얘기를 듣고 놀라워했다)”

-선수 때는 주관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 감독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세터와의 신뢰인데.

“어릴 때는 그런 편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감독의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그 틀에서 변칙도 시도하고 나름대로 플레이를 했다. 이는 선수가 커가면서 스스로 느끼는 과정이다. 노재욱도 처음에는 ‘스스로 하라’고 했더니 망설이고 외국인선수만 바라봤다. 그래서 1라운드 우리카드전 때 ‘누구누구에게 주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그 때가 유일했다. 지금은 노재욱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감독 경험이 없는 초보로서 선수들이 리더의 말을 믿게 만드는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훈련 때 보니까 선수들의 실력은 있는데 경기 때는 이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위해 노력했다. 말로는 쉽게 되지 않아서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보여주고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도 받아서 줬다.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자세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조금씩 선수들이 달라졌다. 그동안 시키는 것만 하던 선수들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감독이 접근하려고 하자 선수들의 의아해한 적도 있었지만 차츰 그 마음을 알아줬다.”

-동기부여를 잘 하려면 정확한 논공행상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철저하다고 들었다.


“확실하게 하려고 한다. 잘한 선수가 제대로 대우받게 했다. 그 대신 팀 외부적인 부분에서 헌신하고 공헌한 선수도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했다. 경기기량과 인성, 두 가지 기준으로 정확한 평가를 했다. 지금도 느끼지만 그 부분이 가장 어렵다. 선수의 기량을 돈으로 평가하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이제는 정규리그 1위를 자신하는가.

“아직도 1위가 실감나지 않는다. 여전히 조심스럽다.”

● 최태웅 감독은?

▲생년월일=1976년 4월 9일
▲키·몸무게=185cm·80kg
▲출신교=인하대부중∼인하대부고∼한양대
▲지도자 경력=2015년 현대캐피탈 감독
▲선수 경력=삼성화재(1999∼2010년)∼현대캐피탈(2010∼2015년)
▲수상 내역=2006∼2009년(4시즌 연속) V리그 남자 세터상, 2008∼2009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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