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베로’ 여오현이 상대의 공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 여오현은 상대 공격의 흐름을 읽고 정확히 공을 받아 동료들에게 연결한다. 현대캐피탈 제공
‘월드 리베로’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38)가 국내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리시브 정확’ 6000 고지를 정복했다.
리시브 정확은 상대팀의 서브를 받아 세터에게 연결하는 패스의 정확도에 관한 기록으로 네트 주변에 있는 세터 반경 1m 안에 공을 올려주면 성공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단순히 공을 잘 받는 것뿐 아니라 세터의 움직임 등 경기 전체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해야 리시브 정확을 기록할 수 있다. 그만큼 배구 감각이 뛰어나야만 한다.
여오현은 1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방문경기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2세트 8-6으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 팀 최석기의 서브를 세터 노재욱에게 올려 6000개째 리시브 정확을 기록했다. 6000개는 물론이고 5000개 이상 리시브 정확을 기록한 것도 그가 유일하다. 여오현은 이날 6009개째를 기록했다. 이 부문 2위로 여오현이 라이벌로 꼽는 동갑내기 최부식(대한항공)과도 차이가 크다. 최부식보다 41세트를 더 뛴 여오현은 리시브 정확에서 최부식에게 1365개 앞서 있다. 세트당 평균 개수에서도 4.303개로 2위 최부식(3.420개)보다 0.883개나 앞선다. 리시브 정확 역대 상위 5명 중 세트당 4개 이상을 기록한 것도 여오현이 유일하다. 여오현은 이번 시즌에는 총 238개의 리시브 정확으로 이 부문 공동 12위에 올라 있다. 상대 팀이 여오현을 피해 서브를 넣다 보니 누적 기록에 비해 순위가 낮은 편이다.
여오현의 기록은 단순히 ‘선수 생활을 오래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배구계에서는 여오현만의 경쟁력이 지금의 기록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김건태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은 여오현이 대학 시절 레프트를 했던 경험을 꼽았다. 과거 공격수로 뛰었던 기억이 리베로의 자리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읽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순발력은 물론이고 상대 서브의 속도를 줄이는 기술도 단연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대기록을 세웠지만 주인공은 덤덤했다. 기록 달성 사실을 몰랐다는 여오현은 “기록은 기록일 뿐”이라며 “기술적으로 뛰어난 후배들이 자신감을 갖는다면 (자신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 달성 순간에도 그는 환호성을 지르기보다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난 뒤 일어나 자리를 잡기 바빴다.
여오현의 대기록에 힘입어 현대캐피탈은 이날 대한항공에 3-2(18-25, 25-23, 25-20, 16-25, 15-12)로 승리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3-0(25-21, 25-19, 26-24)으로 압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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