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없지만 기부는 챔피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2015년 상금 4억원 첫 돌파 김해림, 프로데뷔 후 9000만원 넘게 성금

박준석 작가 제공
박준석 작가 제공
바야흐로 시상식의 계절이다. 올 시즌 뜨거운 인기를 누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빛낸 스타들은 무대에서 화려한 패션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몸에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기 위해 며칠을 굶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10차례 톱10에 진입하며 생애 최다인 상금 4억 원을 돌파한 김해림(26·롯데·사진). 그 역시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정작 우승이 없어 시상식은 ‘남의 잔치’가 됐다. 김해림은 이런 상황이 아쉬울 만한데도 오히려 “올해처럼 행복한 해는 없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자주 많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김해림은 ‘필드의 기부여왕’으로 불린다. 올해 상금 4억1700만 원 가운데 4900만 원을 자선기금으로 내놓았다. 지난 주말에는 충북 청주의 한 중증장애인요양시설에서 팬클럽 회원들과 청소 봉사활동을 했다. 이날 김해림은 올해 버디 1개를 할 때마다 1000원씩 모은 기금 400만 원과 팬들의 성금을 합쳐 760만 원을 기탁했다. 그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십자수 선물을 주셨다. 오래 간직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잊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는 김해림은 2007년 프로 데뷔 후 성적이 좋든 나쁘든 상금의 10%를 기부 활동에 쓰고 있다. 2부 투어로 밀려나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도 한결같았다. 2013년 말에는 1억 원 이상의 기부를 약속한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KLPGA투어에서 뛰는 프로선수 중 유일하게 가입했다. 이미 올해 말까지 기부금 합계만 9000만 원을 넘겼다.

KLPGA투어 12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 경험이 없는 김해림은 최근 3년 동안 시즌 상금이 1억 원→2억 원→4억 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는 달걀로도 유명하다. 비거리를 늘리려고 하루에 달걀(흰자) 30개를 먹으며 체력훈련을 해서다. 그 얘기를 꺼내자 김해림은 “시즌 막판 비거리가 줄어 고생했다. 다시 달걀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내가 골프를 잘 치면 누군가에게 더 큰 힘과 희망이 될 수 있다. 내년에는 꼭 트로피를 안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