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 여왕’ 김애경 “이젠 코트 대신 은행창구 누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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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그랜드슬램 대기록 남기고 은퇴… 2016년 농협 일반직 직원으로 제2인생

‘정구 여왕’ 김애경(오른쪽)이 4일 경기 고양시 농협대 내 정구부 숙소에서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양=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구 여왕’ 김애경(오른쪽)이 4일 경기 고양시 농협대 내 정구부 숙소에서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양=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애경(27·NH농협은행)은 정구계의 이효리 같은 존재다. 여자 연예인이 인기 좀 끌었다 하면 ‘제2의 이효리’라고 불리는 것처럼 정구에서도 공 좀 친다 싶으면 ‘제2의 김애경’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김애경은 그만큼 독보적이었다.

세계무대에서도 그랬다. 김애경은 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전 종목(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아경기, 동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정구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하지만 코트 위를 호령하는 김애경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김애경은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제 운동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기 때문일까.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농협대 내 정구부 숙소에서 만난 김애경의 표정은 참 밝았다.

전날 고향 집에 보낼 짐을 모두 부쳤다는 김애경은 “지금의 내가 2007년 처음 이 숙소에 들어오던 저한테 편지를 보낸다면 ‘꼭 좋은 날이 오니까 참고 견뎌라’라고 해주고 싶다. 실업 1년 차 때부터 대표팀에 뽑히는 행운을 누렸고 주옥(26)이라는 좋은 복식 파트너를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세계선수권 때 여자복식에서 우승하고 나서 옥이랑 마지막으로 딴 금메달이라는 생각에 뭉클했다. 1년 선배한테 치이느라 옥이가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체육대회 때 제가 나선 단체전 경기는 졌는데 결국 팀은 우승했다. 김영혜(19)를 비롯한 후배들이 저하고 뛰는 마지막 대회 때 우승하겠다고 이를 악물고 뛰는데 정말 뭉클했다. 선수생활 동안 가장 기분 좋은 대회가 됐다. 제2의 김애경은 NH농협 후배들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김애경은 내년부터는 NH농협은행 창구를 지키게 된다. 그는 “먼저 은퇴한 동기 김미연(27)이 은행에서 처음 일할 때 퇴근하면 매일 운다고 겁을 주던데 걱정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양=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애경#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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