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간 다저스 경기 중계…‘메이저리그의 보물’ 87세 캐스터의 선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0일 1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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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 사이 올스타 브레이크가 지난 뒤 후반기에 접어들면 LA 다저스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있다. ‘보이스 오브 다저스’ 빈 스컬리 캐스터의 다음 시즌 복귀여부다. 워낙 고령인 탓에 다음 시즌 속행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스컬리는 1927년 11월29일생으로 올해 87세다. 이미 캘리포니아 지역 외의 원정경기는 동행하지 못한다. 메이저리그는 캐스터와 해설자가 구단 직원으로 선수단과 동행한다.

29일(한국시간) 안방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도중 NBA 전 LA 레이커스의 전설이며 현 다저스의 공동구단주인 매직 존슨은 전광판으로 코메디언 지미 킴멜(다저스 골수팬)이 매우 중요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킴멜이 종이에 쓴 글씨로 “빈 스컬리가 1년 더 중계할 것이다(Vin will be back! One more year)”고 밝혔다. 다저스타디움의 4만5000여 팬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중계석의 스컬리는 일어나 팬들에게 감사의 제스처를 취했다.
1950년 브루클린 다저스부터 이어져온 그의 다저스 중계는 내년으로 67년째가 된다. 스컬리의 행보는 다저스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역사다. 메이저리그에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숱한 캐스터들이 있다. 그러나 한 팀에서 60년 이상을 중계한 캐스터는 스컬리가 유일하다. 스컬리는 1982년 55세 때 이미 캐스터 최고의 영예인 ‘포드 C 프릭(전 MLB 커미셔너) 상’을 수상하며 뉴욕 쿠퍼스타운에 입성한 전설의 인물이다.

3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스컬리는 “현실적으로 다음 해가 마지막 해가 될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내년에도 신에게 한 해만 더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할 수도 있다”며 은퇴를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스컬리는 “내 삶의 거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살았다. 은퇴는 나에게 두려운 일이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 캐스터를 지망하려는 젊은이들과 명예의 전당 입행을 목표로 두고 있는 베테랑 캐스터들의 로망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캐스터로서의 전문성과 열정, 철저한 준비, 시민으로서의 모범적인 생활 등은 일반인들에게조차도 귀감이 되고 있다. 전임 버드 실릭 커미셔너는 스컬리를 ‘메이저리그의 보물(National treasure)’이라고 칭송했다.

스컬리의 67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칼리지 게임 데이’ 패널 리 코르소도 한 우물을 판 방송인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80세의 코르소는 칼리지 게임 데이가 출범한 1987년부터 지금까지 대학풋볼 해설을 맡고 있다. 올해로 28년째다. 스컬리가 LA 로컬 인물이라면 코르소는 전국구다. 칼리지 게임 데이는 ESPN의 2시간짜리 간판 프로그램으로 풋볼시즌이 개막되면 매주 빅 이벤트가 벌어지는 대학교정에서 경기 전망을 한다. 대학풋볼의 인기는 메이저리그보다 훨씬 높다.

코르소는 오랫동안 대학풋볼 지도자로 활동한 뒤 칼리지 게임 데이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ESPN과 인연을 맺었다. 젊고 경력이 화려한 해설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코르소는 패널로 등장해 코믹한 스타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끔 망가지는 역할도 한다. 현재 최고의 대학풋볼 해설자 커크 허브스트레이트의 전망에 항상 반대편에서 지적한다. 방송 말미에는 승리 전망을 하면서 대학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머리에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87세, 80세에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풍토가 부러울 따름이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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