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최강희 감독 “수원은 고맙고 서운한 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7월 23일 05시 45분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현대
트레이너·코치로 수원서 지도자 생활 시작
매끄럽지 않던 이별 잊고 전북의 필승 지휘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전운이 감돈다. 선두(14승5무3패·승점 47) 전북도, 2위 수원(11승7무4패·승점 40)도 꼭 이겨야 한다. 정규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2관왕을 노리는 전북은 여유 있을 때 최대한 격차를 벌려야 하고, 수원은 추격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26일 상황과 비슷하다. 그 때도 수원에 승점 7점을 앞선 전북이 1위를 달렸는데, 전북이 수원을 1-0으로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렇듯 운명적 한 판을 앞둔 두 팀에는 묘한 연계점이 있다. 전북 최강희(56·사진) 감독이다. 그는 1995년 김호(71) 전 감독을 도와 수원 트레이너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코치(1998∼2001년)로 활약했다. 이후 국가대표팀 코치를 경험했고, 2005년 7월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2011년 12월∼2013년 6월) 당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잠시 외도를 했지만, 전북에서 최 감독은 ‘팀의 르네상스’를 일군 영웅이다.

그런데 수원과의 이별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결별 이유 등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최근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자리에서 직접 물었다. 최 감독에게 수원은 어떤 의미냐고. 돌아온 답은 명료했다. “고맙고 서운한 팀이다.”

사실 전북에게 수원은 유쾌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전북은 2000년부터 2006년 초까지 수원에 22경기 연속무승(9무13패)으로 밀렸다. 최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북 구단이 내건 조건이 있었다. ‘수원은 꼭 이겨달라’는 당부였다. 부임 초기 수원전을 앞둔 팀 미팅 때 그는 “수원전 승리는 10승 이상의 가치”라며 제자들에게 남다른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다.

전북이 수원과의 질긴 악연을 끊은 것은 2006년 5월 21일 리그컵이었다. 3-0 완승이 기점이었다. 이후 23경기에서 10승10무3패로 수원을 압도했다. 올 시즌 2차례 대결도 1승1무다.

그러나 지금은 ‘애증(愛憎)’의 기억에서 ‘증’을 거의 떨쳤다. 명문 도약의 발판이 된 2009시즌 K리그 제패 이후 미움을 버렸다. “우린 수원을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울산현대처럼 높이, 멀리 있는 팀으로만 여겼다. 지금은 우리를 만나는 팀들이 예전 우리가 거친 치열한 준비를 하는 걸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오히려 최 감독은 “아쉽다”고 했다. “코치로 있을 때 수원이 맨체스터시티나 첼시에 버금가는 팀이 될 줄 알았다. 성장이 계속될 줄 알았다. 만약 기존의 투자 기조가 유지됐다면 경쟁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물론 최 감독은 특유의 일갈도 빼놓지 않았다. “주말(26일)에도 우리가 이긴다. 확실히 꺾어서 왜 전북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해주겠다. 우린 K리그 이상의 가치를 꿈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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