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삼성의 시범경기가 예정됐던 울산에는 18일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경기 취소 결정도 일찌감치 내려졌다.
삼성은 물론이거니와 롯데에게도 울산은 사실상 원정지. 사직구장이었다면 실내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이라도 했을 터다. 그러나 울산 문수야구장에는 비 오는 날 선수들이 훈련할 만한 공간이 없다. 게다가 다음 경기 장소는 부산이 아닌 대전이다. 일찍 이동해봤자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규시즌 개막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기에 자칫 아까운 하루를 통째로 날릴 뻔했다.
그래도 롯데는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예습’을 미리 마쳐놓은 덕분이다. 롯데 선수들은 17일 울산 삼성전이 끝난 뒤 2시간 동안 문수야구장에 남아 특별 타격훈련을 했다. 1.5군급 선수들은 물론 주전 선수들까지 대부분 그라운드에 나와 방망이를 돌렸다. 평소보다 더 오래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다음날 경기 취소에 대비해서였다. 롯데 관계자는 “일기예보를 보고 다음날 훈련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특타를 자청했다”며 “이틀치 훈련을 미리 해놓은 셈”이라고 귀띔했다.
예상대로 경기가 취소되자 롯데는 야구장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짐을 싸서 대전으로 향했다. 미리 할 일을 끝낸 자의 여유가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