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 배상문 “이젠 나를 믿게 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6시 40분


배상문. 사진제공|먼싱웨어
배상문. 사진제공|먼싱웨어
■ PGA 프라이스닷컴오픈 우승
1년 5개월만에 2승…상금 11억 5000만원

작년 5월 첫승 후 36개 대회 톱10 좌절
알 수 없는 이유로 혼자 괴로워했다
2번째 우승으로 얻은건 자신감과 여유
내년 4월 마스터스선 후회없는 경기 할 것
리우 올림픽 태극마크 또 하나의 꿈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남자골프의 차세대 에이스 배상문(28·캘러웨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4∼2015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오픈(총상금 600만달러)에서 1년 5개월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배상문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의 실버라도 골프장(파72·720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로 1오버파 73타를 쳤다.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배상문은 스티븐 보디치(호주·13언더파 275타)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PGA 투어 개인통산 2승째. 우승상금은 108만달러(약 11억5000만원)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해 5월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첫 승을 거둔 뒤로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졌다. 그 후 36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하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배상문은 이날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유라도 알았더라면 마음은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더 급해지고 혼자 괴로워했다”고 털어놓았다.

부진은 의외로 길었다. ‘다음 대회에선 나아지겠지’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늘 비슷했다. 배상문은 “분명 내 스스로 골프가 많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크게 향상됐지만, 경기에 나서면 성적은 뒤로 갔다. 첫 우승 이후 지금까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되새겼다.

이번 우승으로 두 가지 큰 수확을 얻었다. 첫 번째는 자신감이다. 배상문은 “이번 시즌엔 지난 시즌과 같은 실수는 없을 것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진에 빠져 있는 동안 스스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다. 그의 카카오톡 대화명은 ‘ㄴㄱㅂㅅㅁㅇㄷ’이다. ‘내가 배상문이다’라는 뜻으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는 자기주문이었다.

두 번째는 여유다. 첫 우승 이후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증에 시달렸다. 성적을 쫓다보니 부진의 늪은 더 깊어졌다. 배상문은 “이번 경기로 인해 더 강해졌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부터는 내 자신을 믿게 됐다”며 크게 웃었다.

4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던 배상문은 중반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1번홀 보기에 이어 12번홀 버디, 그리고 다시 13번홀과 14번홀 연속 보기로 흔들렸다. 자칫 큰 실수라도 나오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졌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성적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안된 것 같다. 다행히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고, 끝까지 내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오늘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을 신고한 배상문은 2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내년 4월 열릴 마스터스다. 그는 “지난 4월 출전했을 때는 바보 같은 경기를 했다. 내년 마스터스에선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상문은 2012년에 이어 올 4월 2번째로 마스터스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컷 탈락했다.

또 다른 목표는 올림픽이다. 배상문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다. 국가대표는 배상문의 큰 꿈 중 하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