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맞이하는 삼성 농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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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서 인수 남녀통합 운영… 4월엔 프로축구 수원 구단도 맡아
일각선 예산 축소 등 위축 우려도

제일기획이 삼성 계열의 남녀 프로농구단을 모두 인수해 통합 운영한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 소속이던 남자프로농구 삼성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는 4월 프로축구 수원 삼성을 인수한 바 있다.

제일기획은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국내 스포츠 사업에서도 선진국처럼 점차 전문적 팬 관리와 마케팅 능력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축구단을 인수한 뒤 약 5개월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농구단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그동안 사회공헌활동의 한 방식으로 인식됐던 스포츠 구단 운영을 새로운 수익 사업의 한 영역으로 발전시켜 보자는 삼성그룹 측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은 다음 달 1일까지 인수 비용 협상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혜림 제일기획 홍보팀장에 따르면 농구단의 팀명인 썬더스(남자)와 블루밍스(여자)는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더이상 운영 주체가 아니어서 남녀 팀이 모두 삼성으로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의 연이은 스포츠 구단 인수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스포츠 마케팅 기업의 강점을 보인 제일기획이 살림을 맡게 되면 새로운 수익 구조 창출, 관중 동원, 이벤트 등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또 불황과 실적 악화 속에서 자사의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글로벌 이미지와도 동떨어진 제조업체나 금융업체의 스포츠 구단 운영이 기업 홍보에 더이상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제일주의와 부합하는 프로야구 삼성과 프로배구 삼성화재 등을 제외한 나머지 삼성 계열 스포츠 구단들은 최근 성적에 대한 압박과 예산 축소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제일기획이 인수하더라도 구단 운영비 중 상당 부분은 삼성 계열사로부터 광고홍보비 명목으로 의존해야 한다. 자생력을 키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구단 운영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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