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홍명보 “더 큰 사람 돼 돌아올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4일 06시 40분


홍명보 전 감독. 동아일보DB
홍명보 전 감독. 동아일보DB
■ 홍명보, 2일 LA 출국

브라질월드컵 내 전부를 건 승부였다
모두 실패라 말하지만 도약을 위한 한 단락
“시련없이 훌륭한 감독이 될수는 없다”
스승 히딩크의 애정어린 조언 큰 힘
지도자를 할지, 행정가로 돌아올지 모르지만
더욱 큰 사람으로 제2 인생 시작할 것

“어떻게 다음 인생이 열릴지 모르겠지만, 더 큰 사람이 돼서 돌아오겠다.”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명보(45)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일 미국 LA로 출국했다. 월드컵 이후 서울 자택에서 지내온 홍 전 감독은 지난 한 달여 동안 “마음 편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본인의 표현대로 깊은 고뇌 속에 번민해왔다. 선수시절부터 줄곧 한국축구를 대표해왔고, 2년 전 런던에선 한국축구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기기도 했던 그는 출국에 앞서 스포츠동아에 그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짧은 대면이었지만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 상처를 보듬어준 이름 모를 팬의 한마디

홍 전 감독은 그동안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꼭 만나야 할’ 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 사제의 연을 맺고, 지도자의 길을 택한 뒤로는 그에게 영감과 도움을 준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무릎 수술 경과 확인과 K리그 올스타전 참가를 위해 지난달 방한했던 히딩크 감독은 제자에게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이뤄진 만남에서 히딩크 감독은 많은 위안을 줬다. 또 “올스타전 때 함께 벤치에 앉자”고 제안했다. 마음속에 품은 답은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답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며칠 뒤로 미뤘다. 히딩크 감독은 “넌 한국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한 번의 시련이다. 시련 없이 훌륭한 감독이 될 순 없다. 더 밝은 내일을 위한 잠깐의 쉼표로 생각하자”며 홍 전 감독을 격려했다.

이날 홍 전 감독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응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을 만나던 자리 주변에선 한 대기업 금융계열사 직원들의 회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 중 한 여성이 조심스레 홍 전 감독에게 다가왔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이건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당신의 뒤에는 항상 침묵하며 응원했고, 또 아낌없이 응원할 많은 이들이 서 있다는 걸요.”

● 더 크게 성장할 내일을 위해!

가족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가족은 누구보다 그를 믿고 응원해줬다. 지금은 그들이 ‘잠시 가족을 잊고 살던’ 홍 전 감독의 단단한 버팀목이자 울타리다. 홍 전 감독은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매 순간 노력했고, 혼신을 다했다. 저조한 월드컵 성적과 논란에 휩싸인 것 모두 굉장히 죄송하다. 그래도 실패라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도약을 위한 아쉬움의 한 단락일 뿐, 더 큰 사람이 될 것”이라며 ‘당당한 컴백’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지도자일지, 아니면 오래 전부터 꿈꿔온 축구행정가일지 아직은 여백으로 남겨놓았다. “지도자 생활을 더 해 추락한 명예를 찾아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 모르겠다. 감독 시절 절반의 성공(2009 이집트 U-20 월드컵 8강)과 아쉬움(2010광저우아시안게임 3위), 또 성공(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모두 맛봤다. 미련은 없다. 감독을 좀더 이어갈지, 미뤄둔 공부를 더 할지 천천히 생각하고 결정하겠다. 분명한 건 그것이 한국축구를 위한 길이라는 점이다.”

영원한 작별을 의미하는 ‘굿바이(goodbye)’가 아닌, 기약이 있는 ‘소 롱(so long)’을 다짐하며 홍 전 감독은 그렇게 제2의 인생을 향한 길을 떠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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