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2번 출전해 ‘배번 532’… 아듀 최은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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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 전북 GK 상주전 끝으로 은퇴, 1997년 대전 입단 2002월드컵 대표
2004, 2005년엔 0점대 실점률

프로축구 K리그 전북과 상주의 경기 전 전북 선수들이 모두 최은성 이름과 경기 출전 횟수 ‘532’ 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최은성(오른쪽)과 함께 서 있다. 전북 현대 제공
프로축구 K리그 전북과 상주의 경기 전 전북 선수들이 모두 최은성 이름과 경기 출전 횟수 ‘532’ 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최은성(오른쪽)과 함께 서 있다. 전북 현대 제공
전북의 베테랑 골키퍼 최은성(43)은 2001년 11월 25일을 잊지 못한다. 이날 대전에서 뛰던 최은성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큰 대(大)자’로 쓰러졌다. 포항과의 FA컵 결승전 전반 공중 볼을 처리하려다 상대 박태하와 강하게 부딪쳐 의식을 잃었다. 깨어 보니 병원이었고, 거울을 보니 왼쪽 관자놀이가 함몰돼 있었다. “아차” 반사적으로 그는 TV를 켰다. 당시 대전의 스트라이커 김은중과 이태호 감독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창단 5년 만에 일군 팀의 첫 우승. 시퍼렇게 멍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병원에서 맞이한 팀 우승이었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도 외로웠던 순간이었다.

‘늦깎이’ 스타 골키퍼 최은성이 20일 전주에서 열린 상주전에서 17년간의 프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1997년 대전에 창단 멤버로 입단한 최은성은 철저하게 무명이었다. 하지만 탁월한 순발력을 갖춘 최은성을 거스 히딩크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조용히 눈여겨봤다.

대표팀 터줏대감 골키퍼 김병지(당시 포항)가 무리한 플레이로 히딩크 감독에게 눈 밖에 나면서 최은성은 2001년 4월 대표팀에 깜짝 발탁된 뒤 계속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후보였지만 성실한 훈련 태도와 친화력에 히딩크 감독은 매료됐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최은성을 데리고 2002 한일월드컵에 출전했다.

월드컵 후 2004∼2005년 연속으로 경기당 0점대 실점률을 선보인 최은성은 대전 팬들에게는 ‘수호신’이었다. 2012년 대전을 떠나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대전 서포터스는 전북 팬들과 함께 눈물로 최은성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최은성은 이날 경기까지 포함한 자신의 총 출전 경기 숫자 ‘532’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후배들은 화끈한 득점 쇼로 상주를 6-0으로 대파하며, 떠나는 최은성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안겼다.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고 교체된 최은성은 하프 타임 때 진행된 은퇴식에서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은퇴할 수 있게 해준 전북과 대전 팬들에게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은성은 전북 골키퍼 코치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이어나간다.

포항은 부산을 2-0으로 꺾고 리그 선두를 지켰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전북#골키퍼#최은성#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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