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숙제죠, 숙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포항의 황선홍 감독에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묵은 숙제가 하나 있다. 황 감독은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지도자가 된 뒤 황 감독은 자신의 손으로 뛰어난 공격수를 기르는 것을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황 감독은 “내가 공격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공격수들에게 더 눈이 간다. 지도자로 있는 동안은 꼭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서울과의 경기에서 황 감독은 숙제를 풀 가능성을 확인했다. 포항은 이날 1-0으로 이겼다. 7경기 무패 행진(6승 1무 2패·승점 19)을 달린 포항은 전북(5승 2무 2패·승점 17)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긋지긋했던 ‘서울 징크스’도 털어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서울 원정에서 2006년 8월 이후 7년 8개월 동안 11경기 연속(2무 9패) 승리가 없었던 포항은 12번째 도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포항 상승세의 주역은 공격수 김승대(사진)다. 이날 김승대는 후반 31분 공을 몰고 돌파해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날 골로 김승대는 시즌 6호 골을 기록하며 김신욱(울산·5골)을 제치고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올 시즌 김승대의 득점포는 물이 올랐다. K리그뿐만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골을 기록하고 있다. 김승대의 활약에 황 감독은 “김승대는 올 시즌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승대는 대표적인 포항 유소년팀 출신 선수다. 포항제철동초, 포항제철중, 포철공고를 졸업한 뒤 영남대에 진학해 지난해 포항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3골 6도움을 기록했다. 김승대는 경기 뒤 “올해는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지만 이제 내가 골을 넣어 팀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은 이날 패배로 1승 3무 5패(승점 6)로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의 부진에 빠졌다. 최하위 인천은 제주에 0-1로 패하며 9경기 무승(4무 5패)을 기록했다. 특히 상주와의 개막전(2-2·무) 두 골 이후 8경기 무득점에 그치며 최다 연속 무득점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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