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 “방황요? 저에겐 사치! 목표요? 내년 소치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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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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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월드컵 500m 석권

“스케이트 날 망가지면 안 돼요.”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던 이상화는 스케이트를 제 몸 이상으로 귀중하게 여겼다. 이상화가 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스케이트장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케이트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스케이트 날 망가지면 안 돼요.”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던 이상화는 스케이트를 제 몸 이상으로 귀중하게 여겼다. 이상화가 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스케이트장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케이트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승주야. 너 잘 탔어. 하지만 출발이 너무 느려. 100m 속도 어떻게 올리려고 그래.”

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스케이트장 라커룸.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빙속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24·서울시청)는 후배가 들어오자마자 툭 던졌다. 대표팀의 1년 후배인 박승주(단국대)는 멋쩍게 웃으며 선배를 쳐다봤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런 지적은 후배에 대한 관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 》
이상화는 이날 자신의 경기는 없었지만 후배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인터뷰 도중에도 후배들의 경기를 봐야 한다며 기자를 독촉하기도 했다. 이상화는 11년 전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 거의 막내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대표팀에서는 최고참급이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이상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2010년 올림픽 때와 지금 체력적으로 차이가 없어요. 그만큼 훈련을 해왔어요. 대신 경기운영 능력이나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세계 어느 경기장을 가더라도 빙질과 특징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적응도 빨라요.”

올 시즌 이상화의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출전했던 월드컵 대회 500m를 모두 휩쓸었다. 난공불락의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달랐다. 부상으로 밴쿠버 금메달 신화를 이룬 뒤 1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주위에서는 끝났다는 평가도 있었다. 금메달도 땄으니 목표도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런 얘기에 오히려 발끈했다.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방심하진 않았어요. 방황요? 저에겐 사치죠. 제가 듣기 싫은 말이 뭔지 아세요? ‘올림픽이 끝났으니 이제 망가지겠구나’ 그런 얘기. ‘그만하면 됐지’라는 생각들. 그런 것들이 제게 오기를 갖게 한 것 같아요.”

성적만 놓고 본다면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요즘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 전망도 밝다. 본인도 이런 성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을 전혀 못했어요. 중국 선수들에게 뒤처진다는 생각에 지난해 여름 정말 입에 단내가 나게 훈련했어요. 모든 훈련에 최선을 다했어요.”

주위에서는 이상화의 전성기는 지금이라고 한다. 밴쿠버 올림픽 때가 전성기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지금이 전성기라고 한다. 하지만 이상화의 생각은 달랐다.

“2010년이나 지금이나 저의 전성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제 전성기는 2014년 소치 올림픽이라고 생각해요. 제 몸도 느끼고 제 생각도 그렇고요. 절실하게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올 시즌 그가 변화를 준 점은 체중. 예전보다 3kg 줄였다. 그만큼 몸이 가벼워져 속도가 더 잘 나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 들쑥날쑥하던 초반 100m 기록도 10초2대로 안정을 찾았다. 이런 상승세라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밴쿠버 영웅으로만 남고 싶진 않죠. 올해 세계선수권, 더 나아가 소치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죠. 2018년까지는 힘들겠죠. 하지만 생각의 차이죠.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게 스케이트를 타다보면 제가 보이겠죠.”

먼 훗날 선수 생활을 끝낸 뒤에는 시간에 쫓기는 삶 대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상화는 인터뷰 동안 이 말을 가장 많이 꺼냈다. “모든 것은 노력한 대로 주어지는 것 같아요.” 이상화는 그 말에 가장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노력을 해왔기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상화#빙속 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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