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준비 덜된 삼성-롯데… 결국 ‘들러리 시리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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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삼성과 롯데가 김해 상동구장(롯데의 2군 연습장)에서 친선경기라도 해야겠네요.”

삼성과 롯데가 2012 아시아시리즈 결승 진출에 모두 실패한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뼈 있는 말을 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 요미우리가 우승한 가운데 ‘들러리’가 된 한국 야구의 초라한 현실을 빗댄 것이다.

당초 KBO는 아시아시리즈 참가팀을 4개팀에서 6개팀으로 늘리고 국내 최고의 야구 열기를 자랑하는 부산을 개최지로 선정하는 등 야심 차게 대회를 준비했다. 세계무대에서 정상급 실력을 뽐냈지만 돔구장이 없어 국제대회를 열지 못했던 한을 이번만은 풀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삼성과 롯데가 맥없이 무너지면서 평균관중 4595명이라는 부진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거둔 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게 경기력에 그대로 드러났다. 결승에서 요미우리와 맞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예선 첫 경기에서 대만 라미고에 0-3으로 완패했다. 메이저리그 더블A 경력이 전부인 라미고 외국인 선발 마이클 로리에 대한 전력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삼진을 11개나 당하며 망신을 당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로리의 비디오를 못 봐 아쉽다”며 준비 부족을 시인해야만 했다.

롯데의 무책임함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홈팀 롯데는 아시아시리즈 개막 직전 감독 교체를 발표해 아시아시리즈 전체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임 김시진 감독의 의중에 따라 거취가 불투명해진 코치진은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들을 지켜보는 롯데 선수들도 “코치들 눈치 보는 게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뒤숭숭한 팀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잘될 리 없었다. 롯데 역시 예선에서 요미우리에 0-5로 완패했다. 부산 팬들은 “아시아 야구축제를 앞두고 감독 교체를 지금 발표해야 했느냐”며 분노했다. 롯데의 두 경기 평균관중은 8024명에 불과해 냉담한 부산 야구 민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아시아 시리즈에서 한국의 참패는 냉정한 교훈을 남겼다.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지만 잠시라도 안일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noel@donga.com
#삼성#롯데#아시아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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